디지털 르네상스 시대 ② 디지털發 소비자 혁명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디지털 혁신'이 경제 생태계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인터넷ㆍ모바일에서 이뤄지는 경제 활동은 오프라인을 보조하는 역할에서 이제는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의 주도권은 더 이상 생산자가 아니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무장한 소비자에게 옮겨가고 있다. 물건을 살 때면 제품과 판매처 별로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기본이고 구입 경로도 해외직구, 공동구매, 소셜커머스 등으로 다양해졌다. 뿐만 아니라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나눠 쓰는 이른바 '공유경제'가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소비의 새로운 변화로 등장했다. 디지털에서 시작된 소비자 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실시한 '2014년 모바일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금융서비스, 쇼핑, 쿠폰 이용 등 이른바 '경제 활동'을 한 이들은 전체 이용자의 52.4%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뱅킹 등 금융서비스(36.8%), 쇼핑(35.0%), 쿠폰 서비스(18.1%) 등의 순으로 많이 이용했다. 가장 많이 이용한 금융서비스는 모바일 뱅킹이다. 한국은행의 자체집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뱅킹 등록고객은 올 1분기 말 기준 522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분기 하루 평균 모바일뱅킹 이용건수는 4035만건, 이용금액은 2조2586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각각 13.0%(463만건), 8.2%(1713억원)가 증가했다.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환경의 경제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이 가져온 '디지털 경제'의 확대는 평범한 소비자들에게 한층 힘을 실어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SNS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의견을 세계 곳곳으로 전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업의 일방적인 설명보다는 여러 소비자들의 다양한 후기를 검토해 보는 게 제품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화장품 리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글로우픽'을 들 수 있다. 소비자들은 여기서 화장품을 평가하고 사용 후기도 남긴다. 자신의 피부 특성을 저장해 놓으면 그 특성에 적합한 화장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국내외 2만6000여개 이상의 화장품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고 매일 1000개 이상의 리뷰가 올라와 화장품 회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주시하고 있는 실정이다.디지털 혁신은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입김이 세진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존의 '갑을' 관계를 뒤바꾸기도 한다. 최근 취업준비생들이 자주 찾는 '잡플래닛' 얘기다. 잡플래닛은 직장인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속한 회사를 평가해 기업 문화, 연봉 등을 포함한 각종 정보를 올려 공유하는 사이트다. 이곳에서 취업준비생들은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 "통신업이 사양길에 있어 이미 수년 전부터 보너스 규모가 줄어들고 있음"(모 이동통신회사), "안정적이지만 조직문화에 묻혀 기계부품화 할 가능성 높음(모 공기업)" 등의 평가는 잡플래닛에 실제 올라온 리뷰들이다. 기업들은 잡플래닛이라는 사이버 공간에 혹시라도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는 정보가 등록돼 채용 시 지원자가 감소할까 우려하고 있다. 잡플래닛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사이트를 오픈해 12월 월사용자 300만 명을 돌파했다"며 "현재 누적 기업 리뷰는 40만건 이상이고 인도네시아 등 해외 5개국 진출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이 같은 디지털발 소비자혁명은 '공유경제'라는 이름으로 경제 패러다임 전체를 바꾸는 시도로도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로 힘을 키운 소비자가 이제 수동적인 소비 자체에 의문을 품은 셈이다. 공유경제란 단순한 소비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자신의 주거지 일부를 다른 이에게 저렴하게 빌려주는 취지다. 이 같은 공유경제에 대해 미국의 미래학자 제러미 러프킨은 최근 펴낸 저서 '한계비용 제로 사회'를 통해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협력적 공유사회의 개념이 뒤섞인 하이브리드 경제의 출현을 목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전 대표도 최근 부산서 열린 '2015 부산, 공유를 만나다' 행사에서 "협력소비를 의미하는 공유경제는 정보통신기술과 접목돼 사회 경제적 시스템을 변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철현 기자 kc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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