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연금 3층 탑과 투자

100세 시대다. 60세 정년까지 일해도 40년을 별다른 소득 없이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사오정(45세면 정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조기퇴직이 늘어난 지금은 자칫하면 50년 이상을 '백수'로 살아야 한다. 평균 수명이 늘었다고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유다.청년 세대는 더 암담하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란 신조어는 요즘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말이 돼 버렸다. '삼포(연애ㆍ결혼ㆍ출산 포기) 세대'라고도 한다. 웬만큼 벌어서는 결혼은커녕 연애도 하기 힘든 세상이 된 것이다. 어렵사리 결혼을 해도 육아와 사교육비 등에 대한 부담에 아이를 낳는 것을 포기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이나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층이나 삶이 팍팍해진 원인을 찾아보면 그 중심엔 '돈'이 있다. 돈을 벌기도 어렵지만 불리기가 더 어려워졌다. 예전엔 은행에 넣어 놓기만 해도 자산이 눈덩이처럼 쑥쑥 불어났다. 집값 상승세도 가팔라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놓으면 남는 장사였다.하지만 부지런히 저축만 해도 노후가 보장되고 집만 잘 사도 알부자가 되던 시절은 이제 지나갔다. 부동산 불패신화는 무너진 지 오래고, 은행은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에 더 이상 재테크 기관으로서 매력을 잃었다. 어지간한 직장인들은 퇴직 후 궁핍한 생활이 예정된 세상에 살게 된 셈이다. 더구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은 최근 공무원연금 논란에서 다시 부각됐듯이 노후를 보장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다. 이는 40년간 국민연금을 넣었을 때 이 기간 평균 소득의 40%를 국민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보통 대졸 남자가 20대 후반에 직장생활을 해 정년을 채워도 30년을 근무하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실제 대체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요즘 금융 및 금융투자업계에서 유행하는 말이 '연금 3층탑'이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없으니 국민연금이라는 1층 위에 퇴직연금이라는 2층을 쌓고 3층에는 개인연금을 쌓아 안정적 노후를 준비하라는 개념이다. 문제는 이 연금 3층탑도 1%대까지 떨어진 금리로 인해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연금은 노후를 위한 자금이라는 인식으로 대부분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한다. 안전자산은 금리가 낮으니 수익률도 낮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2층, 3층을 이뤄야 할 연금도 대부분 상대적으로 더 보수적인 은행과 보험 계열에 집중돼 있다. 2011년 이후 비약적으로 늘고 있는 퇴직연금의 적립금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은행(53조 4272억원), 생명보험(27조6146억원), 증권(18조5734억원), 손해보험(7조4544억원), 근로복지공단(6175억원) 순이다.물론 연금은 노후보장이라는 특성상 안정적인 운용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 기대수익률이 높으면 그만큼 손실에 대한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정에만 치중해서는 수익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1층보다 2층은 조금 더, 3층은 2층보다 더 공격적인 상품을 편입한다면 위험을 줄이면서도 일정부분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모두 증권사 상품은 은행이나 보험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경우가 많다. 예금이나 채권 등 금리 기반이 아닌 투자 기반이다 보니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형이다. 2층이나 3층탑용으로는 매력적인 상품이 적지 않다. 안타까운 점은 일반 직장인들은 이런 상품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증권사 지점은 4시면 문을 닫는다. 불완전 판매 문제로 한 번 가입하려면 1~2시간이 훌쩍 가는데 들를 시간이 없다. 구조조정으로 가뜩이나 줄어든 증권사 지점은 찾기도 쉽지 않다. 증권사 직원들은 고객을 직접 방문해 상품을 파는 방문판매도 할 수 없다. 촘촘히 박혀 있는 은행 지점과 저인망식 영업이 가능한 보험사에 비해 증권사는 영업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규제는 더 많다. 기본적으로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품구조라는 것 때문인데 이런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우리의 연금 3층탑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연금에도 투자개념이 들어가야 우리 노후가 조금이라도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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