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낳은 아이 前 남편 친생자 추정 '헌법불합치'

민법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 규정 논란…'생부 명백해도 전 남편 친생자 추정, 인격권 제한'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이혼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전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내용의 민법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헌재는 이혼 후 아이를 낳은 A씨가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헌법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민법 제844조는 ‘혼인 관계 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아시아경제DB

A씨는 2005년 4월 B씨와 결혼했다가 서울 가정법원으로부터 협의이혼 의사를 확인한 다음 2012월 2일 관할 구청에 이혼 신고했다. A씨는 이후 C씨와 동거를 하면서 2012년 10월 딸을 출산했다. A씨는 2013년 5월 C씨의 성으로 딸의 출생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이혼 후 300일 이내에 출생했으므로 전 남편 성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출생신고를 보류했다. A씨는 서울의대 법의학교실의 유전자 검사 결과 딸이 C씨의 친생자임을 확인했고,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친생추정 기준은 1958년 민법이 제정된 이래 한 번도 개정되지 아니한 채 오늘까지 이르고 있다”면서 “오늘날 사회적·법률적 상황은 친생추정 기준이 만들어진 당시와는 크게 달라졌다. 여성이 부(夫)가 아닌 생부의 자를 포태해 혼인 종료일로부터 300일 이내에 그 자를 출산할 가능성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자녀가 출생하면 그 생부가 누구인지 명백한 경우에도 무조건 전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므로 청구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헌재는 “단순위헌으로 결정하면 혼인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에 대한 친생추정이 즉시 없어지게 되므로 법적 지위에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적용을 명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안정된 법적 지위를 갖추게 함으로써 법적 보호의 공백을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합리성과 필요성이 인정되므로 입법재량의 한계를 준수한 것으로서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헌재 관계자는 “혼인종료 후 300일이란 친생추정의 기준은 그 동안의 근본적인 시대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합리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발생된 것이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변화된 현실과 시대적 상황을 법의 테두리 안에 넣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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