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규정집 통째로 외워 자격 따내
국내 펜싱 첫 여성 국제심판 자격을 획득한 두화정 코치(왼쪽)가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일가르 마메도프(러시아) 국제펜싱연맹 심판위원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두화정(30) 중경고등학교 펜싱 클럽 코치는 국내에 한 명 뿐인 여성 국제심판이다. 플뢰레 선수를 하다 2012년 은퇴한 그는 지난 2월 국제대회에 나갈 수 있는 플뢰레 판정관 자격을 얻었다. 펜싱 경기대에서 한 발 물러나 '매의 눈'으로 경험을 쌓으며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두 코치는 지난 23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53회 전국 남녀 종별펜싱선수권대회 여자 플뢰레 일반부 개인전에서 준결승 심판을 맡았다. 종목 최강자인 국가대표 남현희(34·성남시청)와 전희숙(31·서울시청)의 대결. 두 코치의 대학교 선배(한국체대)이기도 했다. 그는 "4강전 이상 경기는 처음 심판을 봤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언니들인데 심판으로 마주하니 존칭을 쓰기가 난감하더라. 긴장감도 있었지만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두 코치는 선수생활을 마치고 1년 동안 준비해 플뢰레와 에페 종목의 국내 심판 자격을 땄다. 국제심판으로 영역을 넓힌 건 중경고에서 함께 지도자로 일하는 고종환 국제심판(43)의 조언이 계기가 됐다. 국내에도 여성 국제심판이 필요하다는 권유와 최초라는 수식어에 마음이 끌렸다. 1년 넘게 영문 규정집을 달달 외우고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국제대회 경기를 분석하면서 훈련을 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진행된 플뢰레 국제심판 시험에서 구술 면접관의 질문에 통째로 외운 영문 규정으로 답을 하고, 비디오를 보면서 애매한 득점 장면을 잘 잡아내 좋은 점수를 받았다.국제펜싱연맹(FIE)은 국제대회에 여성 심판을 30% 이상 배정할 것을 장려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여성 판정관이 경기를 맡기가 쉽지 않다. 대한펜싱협회 심판위원으로도 활동한 고 코치는 "여성 심판이 배정되면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코치들이 많다. 판정 항의도 잦아 준결승이나 결승전에는 여성 심판을 제외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빠른 시간 안에 득점이 나는 펜싱 종목에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집중력이 꼭 필요하다. 규정을 꼼꼼하게 숙지하고 잘못된 판정을 줄이면서 편견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두 코치는 "선수시절 심판 판정에 대해 항의도 많이 했는데 입장이 바뀌니 애로사항을 자주 느낀다"며 "그 때의 경험을 되짚으면서 자라나는 유망주들이 판정 문제로 상처받지 않도록 더욱 신경을 쓴다"고 했다.두 코치가 국제대회 심판으로서 자리를 굳히려면 우선 국내 대회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며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발판으로 아시아선수권이나 유소년세계대회 등의 심판으로 발을 들여야 더 큰 대회에 배정될 기회가 생긴다. 그는 "선수로서 국가대표가 되지 못했지만 국제심판으로서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같은 큰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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