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쌍둥이 용의자 중 범인은 누구?

영국 연구팀 '후생적 유전체 수정 통해 분별 가능'

▲쌍둥이의 후생적 유전자 수정을 통한 범인 특정 방법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한 남자가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여성을 성폭행한 뒤 달아났습니다. 경찰은 범죄 현장에 남긴 DNA 분석결과 A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습니다. 경찰에 체포된 A 씨는 "나는 쌍둥이다. 동생이 그랬다"고 항변했습니다. 동생은 그런 일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검찰은 A 씨를 기소했고 법원은 "A 씨는 쌍둥이인데 A 씨가 범인인지 A 씨의 동생이 범인인지 DNA 분석으로는 알 수 없다"며 검찰의 공소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경찰과 검찰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일란성 쌍둥이 중 누군가 한 명은 범인인데 과연 누가 범인이고 또 그 증거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최근 범죄 수사의 가장 확정적 증거로 DNA 분석이 꼽히고 있습니다. DNA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보다 정확한 물적 증거는 없기 때문이죠. 특히 성범죄의 경우 DNA 분석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증거가 됩니다. 예외가 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DNA까지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누가 범인인지 가늠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쌍둥이라는 이유 때문에 범인을 특정하지 못해 기소 못하는 몇 가지 사례가 실제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쌍둥이라도 DNA를 통해 분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선천적 DNA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후생적 DNA 수정에 포커스를 맞춘 연구 결과입니다. 이를 통해 쌍둥이 중에서 범죄 현장에 남긴 DNA가 누구 것인지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죠. 법의학과학자들은 DNA 분석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하고 범인을 찾아냅니다. 만약 일란성 쌍둥이가 용의자라면 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쌍둥이가 용의자일 경우 두 사람의 유전체 전부를 나열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돌연변이 유전체로부터 미묘하고 아주 드문 차이점을 발견해야 하는데요. 비용이 비싸고 몇 개월이 걸리는 등 시간적 제약도 많습니다. 영국 허더즈필드대학교 그레이엄 윌리엄스 박사는 다른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쌍둥이 DNA의 후생적 유전체 수정 부분에 주목한 것인데요. 이는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이런 후생적 유전체 변화는 '메틸 그룹'으로 알려져 있는 화학 그룹이 유전체에 달라붙으면서 유전체가 수정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생활 습관, 질병 등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부분이죠. 윌리엄스 연구팀은 다섯 쌍의 쌍둥이들로부터 입 면봉을 수거했습니다. 각 표본으로부터 DNA를 추출했고 이 과정에서 수소결합의 수를 변화시켰습니다. 수소결합의 수 변화에서 화합물이 녹는 순간에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연구팀은 쌍둥이의 DNA 샘플에 열을 가했을 때 녹는점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통해 유전학적으로 쌍둥이 중 누구의 DNA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체 유전체를 분석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비용도 줄어듭니다. 윌리엄스 박사는 "몇 시간 안에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같은 환경과 습관을 가지고 있는 일란성 쌍둥이 경우에는 후생적 DNA에서도 차이점이 거의 없어 이 방법 또한 어려울 수 있다고 합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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