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효도할게요' 김계령의 인생2막

무릎부상으로 女프로농구 삼성서 은퇴

백옥자-김계령 모녀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엄마, 이제 코트를 떠나야 할 것 같아." 한동안 말이 없던 어머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련 없이 떠나는 게 맞아. 나도 그랬었으니까." 모녀는 뜨겁게 부둥켜안았다.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의 김계령(36)이 지난 8일 은퇴를 선언했다. 만성이 된 무릎 부상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정규리그에서 여덟 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여섯 번 우승한 베테랑의 마지막 세 시즌은 부진의 연속이었다. 2012~2013시즌에 네 경기를 뛰었고, 이후 평균 출장시간도 10분 이하였다.김계령은 "경기를 못 뛰는 고참은 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서둘러 은퇴 준비를 했다. 어머니 백옥자(64) 씨는 그런 딸을 극구 말렸다. "벤치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거야. 조금만 버텨봐." 백 씨는 대한육상경기연맹의 여성위원장이다. 1970년 방콕, 1974년 테헤란 등 두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투포환 금메달을 땄다. 김계령이 국가대표로 나간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는 여자선수단의 총감독을 맡았다.김계령에게 슈퍼스타 어머니는 부담이었다. 그는 "'백옥자의 딸'이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러웠다. 한때 그런 관심이 싫었다"고 했다. 코트에 나서는 시간이 줄면서 압박은 더 커갔다. 숙소에 틀어박혀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우울증이 생겼다. 그런데 치료를 받으면서 어머니의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백옥자-김계령 모녀

"벤치선수들의 고충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어떻게든 출장시간을 얻으려는 노력과 이를 이루지 못해 좌절하는 모습 등을 두루 볼 수 있었죠.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됐어요."가장 절감한 건 어머니의 사랑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모든 경기에 찾아와 응원해주셨다. 절대적인 후원자"라고 했다. 농구인들은 그런 백 씨를 '떡집 아줌마'라고 불렀다. 선수단에 자주 떡 등 간식을 돌렸다. 김계령은 "오해를 살까봐 매번 별다른 인사 없이 체육관을 떠나셨다. 그 뒷모습이 많이 안타까웠다"며 "이젠 어머니에게 효도할 시간"이라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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