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전문가 소견 듣고 싶어 찾아…기술금융 평가엔 독보적
유봉열 박사ㆍ기술보증기금 기술평가 전문인력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금천구로 현장방문을 나선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애타게 찾았던 인물이 있다. 수차례나 "여기 도착했느냐"고 물으며 기다렸지만 결국 만남은 불발됐다. 장관급인 임 위원장이 그토록 찾았던 사내, 유봉열 박사(기술보증기금 가산지점 부지점장)다. 당시 임 위원장은 최근 기술금융 지원을 받은 AP항공우주를 방문했다가 "항공기술은 관련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다행히 기술보증기금에 박사급 인재가 있어 보증이 가능했다"는 말을 들었다. 기술금융 확산을 강조하는 임 위원장으로선 기보에서 AP항공우주를 맡았던 유 박사를 만나보고 싶었을 터다. 13일 서울 금천구 기보 가산지점 사무실에서 만난 유 박사는 "(AP항공우주는) 선투자가 이뤄지는 사업 특성상 재무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기술력은 차별성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기술평가 경력만 15년차인 그로서도 전문분야 기술 평가는 쉽지 않은 일이다. 중소기업이 시중은행에 기술금융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은 기보를 비롯한 기술평가기관(TCB)의 평가보증을 꼭 받아야 한다. 기술평가 등급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대출 여부와 금리가 결정된다. 자금사정이 급한 중소기업으로선 목숨이 달린 셈이다. "하루 일과는 비슷합니다. 8시쯤 출근해 업무를 준비하고는 9시부터 본격적인 평가업무를 시작합니다. 순번대로 상담을 하는데 단순한 기술평가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업구조를 가질 수 있겠는지 컨설팅도 해줍니다. 자료 보고 사업계획 듣고 하면 하루가 훌쩍 가지요." 유 박사는 한양대학교 기계설계공학과를 거쳐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석박사를 밟았다. 기보에 합류한 건 지난 2000년 10월 일이다. 그는 "벤처·중소기업을 평가하고 자금줄을 터주는 일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기술평가는 사무실에서만 하는 일이 아니다. 틈틈이 업체를 방문해 직접 눈으로 현장을 확인한다. 유 박사는 업체 구석구석을 살피며 '이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행여 진입장벽이 낮지는 않은지' '시행착오를 교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가늠한다. 자신들이 제시한 기술인데도 간혹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뭔가를 숨기려하는 사장들도 있다. 그런 이들이 안으로 감추려는 부분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것도 기술평가 전문인력인 유 박사의 역할이다. "이제는 사무실로 걸어오는 모습만 봐도 될 기술인지 아닌지 감이 온다"며 그는 웃었다. 한 업체가 인력과 노하우를 총동원해 개발한 기술을 짧은 시간에 평가하는 건 누가 뭐래도 전문가의 영역이다. 기보의 기술평가모형은 평가지표가 수십가지인데 유 박사는 기업의 성장단계를 고려해 적절한 지표를 대입해 결과를 산출한다. 그를 붙잡고 "우리 기술은 이 정도가 아니다"라며 등급 재산정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 기술평가 등급이 낮을수록 높은 대출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유 박사는 "주관은 최대한 배제하자"고 되뇌인다. 기보는 지난해 4000건이었던 기술평가보증 건수를 올해 9000건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기보가 보증한 기업이 부도 같은 사고를 내는 비율은 5% 미만이다. 그만큼 보증심사를 까다롭게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해 8조원대인 기술금융대출을 올해 20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기보의 전체인력은 1100여명으로 15년 전과 인원 규모가 비슷하다. 이 중 기술평가 부분에 유 박사를 포함해 550여명이 종사한다. 이들이 우리나라 기술금융 평가를 책임지고 있다.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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