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4구 전세난 풀어야 하는데'…재건축 발목잡나

서울시, 강남지역 재건축 이주시기 강제조정 초강경 카드500가구 이상 심의대상 포함에 주민들 "또 미뤄지나" 불안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주상돈 기자] "얼마 전에 보니 우리 아파트도 내년 말이면 이주한다고 하던데, 2년이나 더 미뤄진다고요? 사업이 된다된다 하다가 이제 진짜로 되나 싶었는데, 이러다 낡은 아파트서 고생만 하다가 못하고 마는 거 아닌가 싶네요."서울시가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전월세난에 대응하기 위해 재건축 단지의 이주시기를 강제 조정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동안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던 개별 아파트 단지들의 이주 예정시기도 공개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은 그만큼 현재의 전세난을 풀기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더 이상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진희선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6일 "강동구를 비롯해 강남4구 일부 단지들이 이주를 시작했고 올 하반기 재건축 이주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변 지역 주택부족과 전셋값 상승 등에 대한 우려가 커져 그동안의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서울시는 이에 따라 사업장별 사업진행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동시다발적인 이주가 발생할 경우 적극 시기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주 대상 지역의 주택수가 500가구를 초과하고 같은 동(법정동) 내에 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에 들어선 주택 수와 합쳐 2000가구가 넘을 경우 서울시 주택정책심의회의 심의대상이 된다. 진 국장은 "일례로 지난 2일 시기조정 심의를 받은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사업시행인가 시점에는 실제 이주가 발생하지 않고, 통상 관리처분인가 시점까지 2년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시기조정을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주택 수급불안이 지속되면 관리처분인가 시점에는 시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서울시가 이 같은 조치를 내세운 것은 올해와 내년까지만 잘 넘기면 2017년부터는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시에 따르면 2015~2016년 서울시 전체 주택 수급상황은 약 1만~2만가구 공급 우위를 보이지만 이후 재건축과 뉴타운 등이 준공되면서 공급물량이 대폭 늘어난다. 2017년에는 4만7000여가구, 2018년에는 10만4000여가구, 2019년에는 7만7000여가구 이상 공급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서울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두고 봐야겠지만 수급불균형이 더 심화되면 지금으로서는 시기조정밖에 대안이 없지 않겠느냐"며 "대상은 사업시행인가 신청 또는 관리처분신청 단지가 모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건축조합을 비롯한 부동산업계에서는 서울시의 이 같은 방침에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사업 자체가 상당 기간 지체돼 온 곳이 많은 데다 분양시장 활황과 함께 모처럼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찬물을 끼얹는 조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고덕주공6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이미 재건축 일정이 미뤄져 와 사업진행 자체에 대한 조합원들의 걱정이 크고 금전적 부담도 증가한 상황인데 또다시 이주일정이 미뤄지면 사업비 증가 등의 추가 손해가 막대할 것"이라며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만큼 서울시의 이주시기 조정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비 증가와 재산권 침해 등에 따른 조합 등의 반발이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주택시장 전반을 고려한 공공의 이익과 형평성 또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서울시는 이와 함께 올해 전세임대주택을 당초 계획했던 물량보다 3000가구 늘려 총 9530가구 공급하고 매입임대주택도 750가구 추가로 배정해 총 2820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또 재건축 지역 거주자들의 원활한 이주를 돕기 위해 서울·경기를 아우르는 통합 정보를 발 빠르게 제공하는 등 시장의 수급불안을 해소할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했다. 아울러 다양한 주택임대차관계 안정을 위해 전세계약 기간(2년) 이후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과 지역별 시장현황에 맞는 '월차임산정율 산출·적용'을 위한 시도에 권한위임 등 선진제도 도입을 중앙 정부에 건의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주상돈 기자 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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