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논리다] ‘따르면’과 ‘한다’ 함께 쓰면 중복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어사가 이 말을 듣고 도리어 가련하게 여겨 말하되, “아무리 싫어도 잠깐 눈을 들어 자세히 보라” 하니, 춘향이 그 말을 듣고 의아하여 눈을 들어 살펴본즉 의심 없는 이 도령이라. (춘향전 중)‘말하되’와 ‘하니’가 중복됐다. 다음과 같이 중복을 덜어낼 수 있다. 어사가 이 말을 듣고 도리어 가련하게 어기며 “아무리 싫어도 잠깐 눈을 들어 자세히 보라”고 말하니, 이제 저런 문투는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말을 전할 때 다른 종류의 중복이 다음과 같이 간혹 눈에 띈다. ▷ 환경부에 따르면 중국과 몽골에서 황사가 한번 발생하면 15톤 덤프트럭 4천~5천 대 분량(4만 6천 톤~8만 6천 톤)의 많은 황사가 우리나라에 쌓이게 된다고 한다.▷ 할머니 말에 따르면 예원은 반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 변호인에 따르면 김씨는 행사 초청장을 받은 후 ‘미국이 왜 그러냐’고 리퍼트 대사에게 따질 생각으로 조찬 모임에 갔다고 한다.▷ 사측이 져야 하는 책임에는 병가나 개인 사유로 인한 휴가는 포함되지 않지만 사용하지 않은 유급휴가가 수년간 쌓여 발생하는데, 연구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에만 656억 달러가 증가했다고 한다.이들 예문의 마지막 단어 ‘한다’가 중복이다. ‘한다’를 붙이지 않고 마쳐야 논리적으로 정확한 문장이 된다. 우리말이 헷갈릴 때는 영어 표현을 떠올려보는 방법도 유용하다. ‘~에 따르면’은 영어로는 ‘according to~'다. 다음 영어 예문을 보면 'according to~'가 이끄는 구 다음 절은 ’한다‘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는 온전한 문장임을 알 수 있다. According to market sources on October 17, Korean shipbuilders received 1.21 million tons of orders in September, while Japanese firms obtained 0.73 million tons. 10월 17일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9월에 일본 조선업계는 선박건조 물량 73만톤을 수주한 데 비해 한국 조선업계는 121만톤을 수주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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