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연말정산 소급적용'이라는 극단의 카드를 뽑았다. 2013년 개정해 지난 한 해 동안 시행한 소득세법을 다시 고쳐서라도 받은 근로소득세 일부를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잇따른 대책에도 '13월의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자 깜짝 놀란 새누리당이 정부를 압박해 내놓은 처방이다. 소급적용으로 납세자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조세의 안정성은 무너지고 세수 추계는 어긋나게 됐다. 이번 파동의 진원지는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이다. 세법개정부터 최근의 대응에 이르기까지 민심과 현실에 동떨어진 행보로 일관했다. 개정 세법의 핵심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과세 방식을 바꾼 것이다.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늘리고 서민층 부담은 줄여 조세 형평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방향은 옳았으나 결과는 달랐다. '서민층 세금폭탄'으로 돌아왔다. 중간층 직장인, 다자녀 가정, 단독가구 등의 세 부담이 가벼워지기는커녕 더 늘어났다. 유리지갑을 쥐어짠 '사실상의 증세'라는 여론이 빗발친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뒤늦게 '1600만명에 이르는 근로자들의 사정이 천차만별이어서 차이가 난 것'이라 둘러댔다. 이 또한 정부 스스로 오만과 무능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결혼과 출산이 늦고, 나홀로 가구가 늘고, 수명이 길어지는 현상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가계에 영향이 큰 세법을 개정할 때 인구구조나 소득수준, 빈부격차의 변화 등 과세 환경을 세심하게 따져보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야 누구도 납세자 국민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았다. 일방통행식 세법개정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 정부는 초기 대응에서도 '분납하게 해주겠다' '간이세액표를 바꾸겠다'는 등 조삼모사의 대책을 내놓아 국민을 한층 분노케 했다. 뒤늦게 호들갑을 떠는 정치권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소급적용이 정상적 해법은 아니다. 하지만 서민의 세 부담 증가가 확인된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대안이 됐다. 기왕 소급적용하려면 서둘지 말고 연말정산 자료를 전수 조사, 억울한 납세자가 없게 세법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 가계 형태와 인구구조 변화까지 반영한 맞춤형 손질이 필요하다. 복지재원 확보와 소득격차 해소를 위한 큰 틀의 세제개편도 시작할 때가 됐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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