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미생과 창업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

최근 인기를 끌었던 '미생'이란 드라마가 있다. 신입직원들이 겪는 이야기들을 현실감 있게 엮어 내 화제가 됐다. 이 드라마가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장성한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도 인기라고 한다. 특히 어머니들이 이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훔친다는데 그 이유가 '내 자식도 직장에서 이런 험한 일들을 겪고 있겠지'라고 상상을 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직장을 못 잡아 난리가 아니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침체로 인해 청년들의 취업문제가 심각한 지경이다. 청년 실업률이 8.5%, 취업준비생의 수는 55만명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속칭 일류 대학의 경우에도 겨우 60%대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고 비싼 돈을 들여 조기 유학을 다녀온 외국 대학 졸업생들은 기대치가 높아 더욱더 심각한 상황이다. 기업들이 국내 사정에 어둡고 정서도 달라 네트워킹이 잘 안되는 이들을 그리 반기지 않는 탓이다.  이런 취업난 속에 젊은 청년들의 몇 가지 모습을 보게 된다. 첫째는 과거 고시 공부하듯 입사시험에 목매는 부류다. 삼성그룹 입사시험에만 한 해 10만명이 응시한다. 누구보다 합격 가능성은 본인이 제일 잘 안다. 그래도 그저 계속 해보는 것이다. 본인의 적합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속절없이 이 기업, 저 기업 문을 두드린다. 재수ㆍ삼수는 보통이라고 한다. 또 하나의 부류는 사실상 다 포기한 상태에서 PC방이나 집안에 틀어박혀 온라인게임에 빠져 사는 경우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도, 우려도 없이 그저 시간만 보낸다. 가장 걱정되는 안타까운 부류다. 반면 밤낮 없이 동업자들과 머리를 맞대어 토론하고, 김밥이나 배달 피자로 끼니를 사무실에서 때우며 값진 땀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젊은 창업가들이다. 지금은 청년 창업을 하기에 건국 이래 가장 좋은 환경이다.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기치 아래 각종 혜택을 주며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또 금융기관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출연해 사무실 공간을 공짜에 가깝게 제공해준다. 정부가 여러 경로로 전무후무한 규모의 자금을 풀어 투자와 지원에 나서고 있다. 물론 아무나 창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고 능력도 수반돼야 한다. 그리고 실패 리스크도 매우 크다. 하지만 리스크가 크기에 성공하면 그만큼 보상도 크다.  창업 아이템이 없으면 손이 모자라는 스타트업 기업들을 찾아봐야 한다. 대개 이들은 보수를 아예 줄 형편이 못되거나 매우 적게 준다. 대신 회사의 지분을 나눠 주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고급 인력들이라면 이런 스타트업들은 쌍수를 들고 맞아줄 것이다.  또 종일 PC방에 앉아 게임에 몰두하는 이들이라면 서둘러 프로그램 엔지니어가 되는 길을 찾아보기 바란다. 요즘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개발자라고 안 부르고 '개발느님'이라 부른다. 그만큼 찾기도 어렵고 찾아도 금값이다. 학력도 떨어지고 개발자가 되기도 어려운 사람인데 적극성과 체력이 있다면 온ㆍ오프라인 융합 이커머스(eCommerce) 쪽을 뒤져보기 바란다. 분명 일자리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나 고용의 상황은 과거와 매우 다르다. 구직자들도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취업시험의 문은 우리 경제 전망이나 고용이 늘기 어려운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넓어지기 어렵다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창업은 무한하게 이뤄진다. 물론 많은 창업은 실패할 것이다. 그러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확률과 설사 거기에 들어간다 해도 미생으로 시작해 완생이 되는 확률까지 곱해 보면, 과연 창업가의 길을 걷거나 창업가의 파트너가 돼 함께 리스크를 걸어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있을지 고민해 볼 만한 일이 아닐까 한다.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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