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 '땅콩 회항' 사건으로 지주사 전환 등 중요일정 차질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0)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한진그룹이 양력을 잃고 불시착할 위기에 처했다. 변명같은 안일한 사과, 승무원 회유 등의 초기 대응 미숙이 하나씩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땅콩 회항은 그룹 전체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임원들이 사태 해결에 직간접적으로 나서면서 2015 사업계획 및 전략수립, 연말 인사 등 연말연초 한진그룹 경영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15일 대한항공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땅콩 회항'으로 당장 추진 중인 지주회사 전환 일정 및 방법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지주회사 설립은 오너 3세(조현아ㆍ조원태ㆍ조현민) 경영권 후계 구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한진칼은 현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분 18.03%를 보유하고 있으며, 조 회장의 세 자녀가 각각 2.50%씩 나눠 가지고 있다.'땅콩 회항'으로 논란을 빚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지분 2.50%를 보유한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한 오너 3세에 대한 경영권 후계 구도 밑거름 역시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전 부사장의 물러난 자리를 채워야 할 후속 인사는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그동안 대한항공 및 항공종합서비스의 등기임원을 맡으며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및 호텔부문 총괄부사장직(보직)을 수행해 왔다. 또 칼네트워크와 왕산레저개발의 대표이사 직함도 가지고 있었다.조 전 부사장의 빈자리를 채울 인사를 찾는 것이 급선무지만 '땅콩 회항' 사건이 진실게임으로 확산되면서 후속 인사에 차질이 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기 임원 인사 역시 오리무중이다. 대한항공측은 "조 전 부사장의 사퇴에 따른 후임자 선임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며 연말 정기 임원 인사 여부도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을 포함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전 임직원들이 '땅콩'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나서고 있어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회사가 경황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직원들은 이번 사건이 이른 시일내 잘 마무리돼 회사가 안정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재계 일각에선 이번 '땅콩' 사건을 계기로 한진그룹이 오너경영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가족경영의 원초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내 핵심 자리에 3세가 아닌 전문경영인을 등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견해다.현재 조 회장의 외아들인 조원태(39) 대한항공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경영총괄과 화물사업본부장을 겸임하고 있으면서 한진칼 및 (주)한진의 대표를 맡고 있다. 셋째인 조현민(32) 대한항공 전무는 대한항공 광고와 SNS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 담당 겸 여객마케팅부 담당을 맡으면서 정석기업과 진에어, 사이버스카이의 등기이사로 각각 등재돼 있다.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 3세, 4세의 기업 경영수업은 다른 기업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한진그룹의 경우 다른 그룹에 비해 젊은 자녀들이 초고속 승진,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번 땅콩 사건은 재벌 3∼4세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인 만큼 경영수업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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