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아침]'크리스마스 실' 이야기

[아시아경제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함께 생각나는 것 중에 하나가 ‘크리스마스 실’인데요. 오늘은 1904년 크리스마스 실(seal)이 세계 처음으로 만들어진 날입니다. 학창시절에 한두 번씩 구매해보신 경험이 있죠?산업혁명 이후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는 결핵이 만연했습니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한 우체국장 아이날 홀벨(Einar Holboell)은 결핵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어린이들을 보면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느 날 크리스마스 우편물과 소포를 정리하던 그는 “이렇게 많은 우편물에 동전 한 닢짜리 ‘실’을 붙여 보내도록 하면 그 기금으로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마침내 1904년 오늘 세계 최초의 크리스마스 실을 발행합니다. 당시 국왕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이어 미국에서도 크게 성공하자 다른 나라들이 잇따라 동참을 합니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이 1910년에 가장 먼저 실을 발행했고, 일본도 1925년 민간잡지사에 의해 시작됐다가 이듬해 본격적으로 확산됩니다.우리 나라에서는 일제하이던 1932년 캐나다 선교의사 셔우드 홀(Sherwood Hall)에 의해 처음으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1940년까지 매년 발행되던 크리스마스 실은 중단됩니다. 일제가 그를 스파이 혐의를 씌워 추방시켜버렸기 때문입니다. 1991년 타계한 그는 자신의 유언에 따라 서울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부인 메리안 홀과 함께 안장돼 있습니다.해방후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 실이 범 국민운동으로 시작된 것은 1953년 대한결핵협회가 창립되면서부터 입니다.‘아직도 결핵이 있나?’라고 의아해 하실 분도 계실텐데요. 실상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결핵 유병률(발병률에다 지속기간을 곱한 개념)이 OECD가입국 중 1위 입니다. 10만 명당 149명에 달합니다. 더욱이 최근 10년간 꾸준히 매년 3~4만 명의 결핵 환자가 새롭게 발생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최근 우리 정부는 내년부터 크리스마스 실 의무 구매 규정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지난 11월 국무회의에서 ‘결핵예방법’ 일부가 개정돼 각급 학교나 공공기관에 의무적으로 사도록 한 조항을 폐지한 것입니다. 그동안 실을 사는 사람은 주로 초·중·고 학생과 공무원들 이었습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실 전체 모금액 39억원 중 절반 이상인 54.4%(21억원)가 초·중·고 학생들 이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 모금액이 30.8%로 12억원에 달했습니다. 그 동안 모금에 문제가 있었던 셈입니다.정부의 정책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걸릴 가능성이 높은 병이 결핵이라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itbri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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