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의 법정시한(12월2일) 내 여야 합의처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어제 새누리당이 누리과정 예산지원 합의를 어겼다며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한 때문이다. 이에 맞서 여당은 합의가 어려울 경우 국회 선진화법의 예산안 자동부의 규정에 따라 자당의 수정안을 다음 달 2일 표결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14건의 예산부수법안을 지정하는 등 예산의 기한 내 처리 의지를 밝혔다. 야당의 초강경 카드는 다소 의외다. 여야는 누리과정 예산 우회 지원에 합의해 2000억~3000억원의 금액 차이만 조정하면 된다. 전면 보이콧까지 이를 사안은 아니다. 법인세 인상과 사자방(4대강ㆍ자원외교ㆍ방위산업 비리) 국정조사를 예산안 처리와 연계하려는 속셈으로 비친다. 선진화법에 따라 과거처럼 예산안 처리를 무한정 붙잡고 있을 수 없게 되자 누리예산을 빌미로 벼랑 끝 전술을 들고 나온 셈이다. 특히 '여야 합의만 있으면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며 자동부의에 부정적인 태도는 수긍하기 어렵다. 야당은 그동안 선진화법의 '법안처리 60%룰'을 무기로 정부ㆍ여당이 제출한 법안 처리에 줄줄이 제동을 걸어왔다. 민생관련 법안마저 세월호 침몰 이후 6개월 동안이나 묶이게 된 것은 다 그 때문 아닌가. 처지가 바뀌었다고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식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 잘하는 것도 아니다. 예산안 자동부의 규정을 내세워 야당에 '할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는 것부터 그렇다. 단독 처리는 가능하겠지만 그로 인한 역풍으로 잃는 것이 많을 것이다. 부동산 3법 등 경제 관련 주요 법안들은 물론 공무원연금 개혁 등의 처리에 야당의 협조를 받기 어렵게 된다. 차질이 빚어지면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예산안 자동부의 규정은 예산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명령이다. 야당은 예산과 정치 현안을 연계하는 전략을, 여당은 규정을 빌미로 밀어붙이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 야당은 당장 국회로 돌아오고, 여당은 타협의 길을 찾아 함께 밤을 새워서라도 밀도 있는 예산 심의에 나서야 한다. 정 의장 말대로 헌법상 의결 시한을 지켜 '국회 운영의 역사적 이정표'를 남기기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