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한 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 싸늘한 시장 반응에 밀렸다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무산되면서 삼성그룹의 중공업·플랜트 통합 사업 계획이 결국 좌초됐다. 글로벌 조선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플랜트 사업을 통합할 경우 기업 가치가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장반응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1일 합병을 앞두고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전 정지 작업에 돌입한 상황에서 이날 돌연 합병이 무산되면서 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당초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7일 각각 임시주총을 열고 합병안을 승인했다. 합병 비율은 1:2.36으로 삼성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1주당 삼성중공업 주식 2.36주를 교부할 예정이었다. 양사가 합병을 추진한 것은 삼성중공업의 해양 플랜트 건조 능력에 삼성엔지니어링의 강점 분야인 '설계·구매·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해양플랜트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합병회사의 연간 구매 물량도 약 10조4000억원 규모로 통합구매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도 상당했다. 이와 관련해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 9월30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거제조선소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이번 합병은 두 회사가 처한 현안 해결과 위기 극복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며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며 "합병을 통해 지금의 위기를 보다 빠르게 극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2020년에는 매출 40조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춰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와 서울 서초사옥에 나눠 근무하던 해양플랜트 분야 설계와 연구개발(R&D) 인력을 지난 14일부터 판교 R&D센터에 입주시켰다. 서울 서초사옥에 근무하는 영업과 지원부서 인력도 다음 달 판교 R&D센터에 입주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본사와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에 위치해 설계·연구 인력 간 유기적인 협업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판단과 생각은 달랐다. 국민연금 등을 포함한 주주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두 회사의 합병 소식이 공식화되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조선업계가 업황 부진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무리한 합병으로 오히려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합병 시 효율적인 인력관리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그간 삼성엔지니어링의 기업 가치가 상대적으로 부풀려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합병 시 삼성중공업의 기업 가치 훼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판단이 더 컸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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