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형 펀드, 점점 더 멀어지는 투심

투자손실 트라우마에 稅혜택 사라져…국내펀드로 돈 몰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사는 고액자산가 A씨는 프라이빗뱅커(PB)에게 후강퉁(상하이ㆍ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제도) 유망주를 자주 문의하고 있다. 올해 들어 선진국 경기 회복세를 지켜보며 글로벌 펀드에도 잠시 자금을 넣었지만 환매한 후 펀드는 A씨의 해외투자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수익률이 해당국 증시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곧 세제 혜택도 사라질 거라는 소식이 들려서다.  투자자들이 해외주식형 펀드에서 멀어지고 있다. 1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해외주식형 펀드에서는 올해 총 2조6261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1월에 111억원이 들어온 것을 제외하고는 10달 연속 자금 유출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반면 올 들어 함께 부진했던 국내주식형 펀드는 9월 이후 3달째 자금이 들어오며 살아났다. 이 기간 총 유입 규모는 2조9936억원이다. 특히 9월23일부터 지난 6일까지는 31거래일 연속 자금이 유입, 2007년 이후 최장 기간 순유입 기록을 세웠다. 국내주식형 펀드의 경우 코스피 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저점매수 세력이 몰렸지만 해외주식형 펀드는 별다른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용명 한화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과거 해외주식형 펀드 투자손실에 대한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있는 데다 세금 문제까지 겹쳐서 투자자들이 해외주식형 펀드로 자금을 넣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펀드 열풍이 불었던 2007년 당시 투자자들이 몰린 중국 등 신흥국 투자 펀드는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쪽박'으로 변했다. 투자금은 3분의 1토막 수준으로 깎였다. 한 펀드매니저는 "신흥국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 대부분이 아직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며 "수익률 회복이 더뎌 중간에 환매를 하는 투자자들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 설정된 해외주식형 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올해 말로 없어지는 것은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정부는 올해 말로 '해외펀드 손실상계' 조항을 일몰 종료할 계획이다. 해외펀드 손실상계는 2007년 6월부터 2009년 말까지 해외 주식에 투자했다 손실이 난 펀드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규정이다.  이 밖에 증가세인 '해외주식 직구족'이 후강퉁 시행에 따라 광범위하게 확대될 예정이라, 해외주식형 펀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한편 일본, 인도 펀드 등은 해당국 시장의 상승세에 수익률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펀드 설정액이 적고 자금 유입세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해외주식형 펀드는 수익률이 좋아도 자금 유출이 워낙 일상화해 좀처럼 규모가 커지지 않는다"며 "배당주나 중위험ㆍ중수익이 증시의 대세가 되는 분위기에서 앞으로도 해외주식형 펀드의 부진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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