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
"혁신보다 마케팅이 이끄는 회사가 돼 가고 있다" 애플 초기 디자이너 비판핏빗, 조본, 모토로라도 광범위한 연동성 등 내세워 자사 제품 우월성 강조"다바이스만의 혁신성 줄어…생태계 내에서 기기·소프트웨어 상호작용에 주목"[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신제품 발표 중 수차례 박수와 환호를 받았지만 여운은 길지 않았다. 대신 물올랐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짙게 이어지고 있다. '혁신의 부재' 운운하는 업계 반응의 배경에는 잡스의 그림자를 지운 '쿡의 애플'이 잡은 방향성에 대한 실망감이 깔려 있다. 9일(현지시간) 애플이 발표한 새 아이폰6 2종의 가장 큰 변화는 대화면을 채용했다는 점이다. 2009년 말 선보인 아이폰3GS부터 2011년 아이폰4S까지 애플은 화면 크기로 3.5인치를 고집했다. 2012년 아이폰5 시리즈부터 0.5인치 올린 4인치를 선보인 애플은 이번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에 각각 4.7인치, 5.5인치를 적용하는 변화를 택했다. 쿡 CEO의 자신감은 발표 현장에서부터 발표 직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까지 고스란히 표현됐다. 그는 "소비자들은 새 A8 프로세서와 4.7인치·5.5인치 레티나 HD 디스플레이를 놀라움을 보기 전까지는 믿지 못할 것"이라며 "더 큰 화면을 완전히 새 디자인으로 선보이면서도 가장 얇은 아이폰이 됐다"고 강조했다.
아이폰6, 아이폰6 플러스
그러나 업계 반응은 '놀라움'과는 거리 먼 모습이다. 아이폰6의 마케팅 포인트가 종전과 같은 디자인보다 '대화면'이라는 하드웨어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프레임을 잘못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5인치 이상 대화면 스마트폰은 이미 '라이벌' 삼성이 대표제품 노트 시리즈를 통해 2011년부터 선보인 바 있으며 많은 스마트폰 제조사에서도 채택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4년 전 아이폰 발표 당시 "누구도 큰 스마트폰을 사지 않을 것"이라며 태블릿과 구별되는 폰 다운 (작은) 크기를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6 발표 직후 이 점을 꼬집었다. 삼성모바일 필리핀 공식트위터는 잡스의 코멘트를 언급하면서 "그들 스스로 놀랐으며 마음을 바꿨다"며 "갤럭시노트4는 대화면 외에도 다른 강점이 있다(MORE THAN BIG)"고 밝혔다. 애플의 초기 디자이너도 비판에 가세했다. 잡스와 함께 일했던 애플의 초창기 디자이너 하르무트 에슬링어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웹사이트에 실린 칼럼에서 "아이폰6, 아이폰6 플러스는 뛰어난 제품이지만 근본적 혁신이 없다는 사실은 애플이 마케팅이 이끄는(marketing driven) 회사가 돼 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며 "이제 시장의 압력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 핏빗, 조본, 모토로라 등 웨어러블(착용 가능한) 기기 경쟁사들도 애플워치에 비해 자사 제품이 더 뛰어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핏빗의 창업자이자 CEO인 제임스 박은 "우리는 지난 7년간 신뢰를 이어온 브랜드이고 시장의 리더"라며 120여개의 안드로이드, iOS, 원도 기반 기기와 광범위하게 연동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애플 워치는 일부 애플 기기와만 연동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조본은 애플 워치를 조본의 놀라운 '업'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할 수 있는 또 다른 기기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모토로라의 디자인 책임 짐 윅스 역시 (애플보다) 모토로라가 사용자들을 위한 더 나은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모토360이 원형의 아날로그시계에 가까운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더 어려운 길을 갔다는 설명이다.미국 증시에서 애플의 주가는 발표 당일 하락 후 간밤 반등했다. 반등의 원인으로는 애플의 새로운 결제 시스템인 '애플 페이'가 꼽혔다. 애플페이는 지문인식과 근거리무선통신(NFC)을 결합한 새로운 모바일 결제시스템이다. 터치ID로 사용자를 인식해 신용카드의 역할을 대신한다. 메이시스, 맥도날드, 스타벅스, 그루폰 등 22만개 이상의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애플 페이는 다음 달부터 미국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만의 혁신성은 약화된 가운데 결국 소프트웨어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생태계 내에서 새 제품과 기능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를 만족시켜주는지에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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