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국회는 멈췄어도 시간은 흘러 추석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5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는 전국 각지에서 의원들에게 보내온 추석 선물을 옮기는 수레바퀴 소리로 소란스럽다. 본청 1층에 있는 이발원에는 의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역구를 방문하기에 앞서 꽃단장에 나선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5개월째 긴장 상태에 놓였던 국회도 명절을 맞아 조금은 설레는 분위기다.국회가 이런 분위기에 휩싸이기에는 스스로 낯부끄러운 일이다. 여야 모두 결과적으로 무엇 하나 해놓은 것 없이 싸움으로 허송세월을 보냈기 때문이다.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을 가진 거대 집권 여당으로서 국회 운영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심지어 입법부 수장인 정의화 국회의장이 파행을 지켜보다 못해 "19대 후반기 국회가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것은 불명예"라며 "여야 원내지도부가 함께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지만 여당은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여야 합의안을 두 차례나 파기하는 등 국회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교섭단체로서 치명적인 아마추어리즘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당내 온건파·강경파 의원들이 제각각 딴 목소리를 내는 통에 장외투쟁·민생행보·정기국회 참여라는 '3트랙 전략'을 내놨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하나 힘이 실리지 못한 채 지지율만 잃은 모양새다.결정타는 '방탄 국회'다. 철도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여야가 합심해 갑옷을 입혀줬다. 오랜 대치 속 동료 간의 '의리'를 재확인하는 기회였을지 모르지만, 국회 밖에서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정치권은 이번 추석을 여느 때와 다르게 보내야 한다. 국회를 바라보는 싸늘한 민심을 제대로 느낄 기회다. 국민에 귀를 열길 바란다.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에겐 선택이 아닌 책무다.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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