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은 외면하면서 일본 옷은 DIY까지…'비뚤어진 아이사랑'

젊은 주부들 사이 '진베이' 열풍 부는 이유 알아보니

국내서도 인기를 끌었던 무인양품 진베이.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오지혜(33)씨는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이국적인 옷을 입은 아기 사진을 보고 한 눈에 반했다. 가정용 미싱도 마련했겠다, 두 아이를 위해 솜씨를 발휘해 보려던 오씨는 하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이 옷의 이름이 일본 전통옷 '진베이(甚平)'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사자격시험까지 본 오씨는 독도 문제나 일본 정치인들의 신사참배 등 민감한 사안이 떠올라 옷마저도 곱게 볼 수 없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20~30대 주부들 사이에서는 진베이가 화제를 낳고 있다. 이국적이면서도 한복과 닮은 친근한 디자인에 입고 벗기도 쉽다는 이유에서다. 일부는 직접 도안을 구해 옷을 만들어 입히기도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 "인터넷에서 도안을 받아 열심히 만들었다"며 조언을 구하는 글이나 아이들에게 입힌 '인증샷'이 대부분이다. 직접 진베이를 만들기에는 사정이 여의치 않은 주부들은 '공동구매'에 나서기도 한다. 블로그나 카페에서 사람을 모집하고, 업체와 접촉해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해오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 제품을 공동구매 방식으로 수입하는 한 업체 대표는 "본래 진베이를 취급하지 않았는데, 단골 손님들이 '수입을 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진베이도 국내에 들여오기 시작했다"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1~2벌 팔리던 진베이가 이제는 한 달에 100벌이 넘게 팔리고, 아동복 도매상에도 공급 중"이라고 말했다.  진베이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일본문화에 친숙한 20~30대 주부들 때문이다. 처음 진베이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도 일본 패션 브랜드 '무인양품'의 진베이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일본문화를 보고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고 공동구매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소비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악화된 한일관계 등으로 인해 진베이 열풍을 꼬집는 목소리가 커가고 있다. '우리 한복을 두고 굳이 일본옷을 입혀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워킹맘 김소희(32)씨는 "요즘은 예쁜 개량한복도 많은데, 일본 옷을 굳이 만들어 입히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일종의 자기과시"라고 꼬집었다. 손바느질 커뮤니티의 한 사용자는 "진베이는 일본에서 축제에 갈 때나, 신사참배시에도 입는 옷"이라며 "추석에는 절대 입히면 안 되는 옷인 만큼, 추석만큼은 아이에게 진베이를 입히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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