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신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수많은 대책을 세워도 장병들의 자살과 사고를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진=국방일보 홈페이지 캡처사진)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11일 동반자살한 장병중 한명은 육군의 자살방지프로그램을 통해 치료를 받은지 10일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동반자살한 병사 A 상병과 B상병은 인성검사 때 '자살 충동 및 복무 부적응' 결과를 받았다. 이후 A 상병과 B 상병은 2월 10일부터 14일까지 육군 28사단에서 운영하는 '비전캠프'에 동반 입소했다. 하지만 B병사는 치유가 되지 않아 7월 20일부터 8월 1일까지 군단에서 운영하는 '그린캠프'에 재입소했다. 이후 A 상병과 B 상병은 지난 3일과 6일 각각 휴가를 나와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21층 베란다에서 동반자살했다. A상병의 경우 자살방지 프로그램에 참여한지 6개월만에, B병사는 10일만에 자살한 것이다. 13일 국방부의 '군 사망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이날까지 자살 장병은 총 821명에 달한다. 연평균 자살자는 2004∼2008년 72.6명이었으나 2009∼2013년에는 82.2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79명이었다. 관심병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군내 자살사망 사건이 최근 10년간 증가세를 보이는 셈이다.또 비전캠프를 입소한 장병이 다시 그린캠프에 입소하는 경우는 해마다 늘고 있다. 그린캠프 입소자는 2011년 1579명, 2012년 2582명, 2013년 2657명 등 6818명이다. 사단별로 자체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비전캠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군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신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수많은 대책을 세워도 장병들의 자살과 사고를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본격적으로 병영문화개선 대책을 내놓은 것은 2000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3월 제2건국위원회 워크숍에 참석한 국방부가 '한국형 병영문화' 창출을 과제로 내놓았고 2000년 2월 국방부 국방개혁추진위원회가 '신병영문화 창달 추진계획'이라는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이를 계기로 육·해·공군 모두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표준일과표를 마련하고 저녁점호의 형태가 아니라 인원이나 사병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정도로 점호도 완화됐다. 육군은 2003년 8월 각 부대에 하달한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통해 분대장을 제외한 병사끼리는 명령이나 지시, 간섭을 할 수 없도록 했다.그러나 2005년 1월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 192명에게 인분이 묻은 손을 입에 넣도록 강요한 사건이 발생하자 군내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그해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교육 강화와 단체기합 금지 등 군내 인권 향상을 위한 제도개선을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하기도 했다.이들 사건을 계기로 같은 해 7월 범정부 차원의 '병영문화 개선 대책위원회'가 발족했다. 대책위는 정부와 민간위원 각 9명으로 구성돼 병영문화 개선과 사고 예방체계 정립, 복무환경 및 시설 개선, 복무제도 개선, 장병 자기계발 활성화 등 5개 분야에 대한 연구와 대책의 수립에 나섰다. 2005년 10월에는 '가고 싶은 군대, 보내고 싶은 군대'를 구현하기 위한 9개 과제 30개 실천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선진 병영문화 비전'이 발표됐다. 야간 점호를 없애고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받는 병사에 대해서도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내려 보충역으로 재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였다.국방부를 비롯한 군별로 자체 병영문화 혁신운동을 펼쳐 오던 중 2011년 7월 해병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병영 내 왕따와 구타 행위가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군은 다시 한번 병영문화개선 운동에 박차를 가했다.군내 사이버지식방을 확대하고 콘텐츠를 강화해 복무기간을 생산적으로 바꾸자는 운동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사이버지식방도 상병이나 병장이 자리를 틀고 앉아 이등병이나 일병이 마우스를 클릭하는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군 관계자는 3일 "지금 현역 가용자원은 34만여명이고 실제 입영자는 32만여명에 이른다"면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입영자를 관리하는 군대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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