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을 낭비했다가 국회나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정부 사업이 연간 수백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12년 결산 검토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326건의 사업 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은 것으로 분류됐다. 감사원의 결산 검토보고서에선 19건이 비효율적 재정사업으로 지적됐다. 재정이 어렵다며 국채를 발행해 빚을 내는 한쪽에선 예산이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비효율적 예산집행 사례를 보면 어이가 없다. 예비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 경우가 허다했다. 8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자전거 인프라 구축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건설된 자전거도로 14개 구간 중 10개 구간에서 오가는 자전거가 시간당 10대 이하로 적었다. 부처와 지자체 간 중복 사업도 여전히 많았다. 강원도 인제군 용늪 평화생태마을 조성사업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안전행정부가 중복 투자하려다 제동이 걸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주까지 각 부처의 내년 예산 요구서를 받았다. 여기에도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다. 주먹구구식 예산 요구부터 정교하게 걸러내는 장치가 요구된다. 예산을 짜 놓고 부처가 알아서 쓰도록 버려두지 말고 집행 단계에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재정집행 상황을 점검해 늑장 집행, 불법 지출, 낭비, 전용 등의 문제점을 찾아내 시정토록 해야 한다. 2005년 도입한 예산낭비 신고제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비효율과 낭비의 전형인 중복사업은 정권의 핵심 정책과제에서 자주 나타난다. 여러 부처가 경쟁적으로 비슷한 내용의 사업을 이름을 달리 해 추진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 관련 사업이 그랬다. 박근혜정부에선 창조경제나 고용률 70% 달성과 관련된 사업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부처 실무자 협의체를 구성해 중복 여부를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해마다 비슷한 사례가 지적되는 것은 예산 담당 부처와 공직자의 자세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비효율적 사업이 많은 부처에는 불이익을 주고, 뻥튀기 수요 예측이나 중복 예산을 요구한 공무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부처의 예산요구, 기재부의 예산안 편성, 국회의 심의ㆍ결산 등 국민 세금을 쓰는 각 과정에서 비정상의 정상화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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