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2009년 말 아이폰을 최초로 국내에 도입해 '스마트 혁명'을 이끌었던 KT가 올해에는 아이폰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내 제조사의 경우 통신사가 보유한 악성 재고에 대해 일정 부분 보상을 해주고 있지만 애플은 전혀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와는 달리 애플은 통신사와 재고보상금에 대한 합의가 전혀 없다. 아이폰 가격 인하에 따른 모든 손실을 KT가 100%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재고보상금은 통신사 재고에 대해 출고가 인하에 따른 차액을 제조사가 보상해주는 금액이다. 예컨대 통신사가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50만원에 구매했다가 가격이 20만원으로 떨어지면, 차액인 30만원은 제조사에서 뱉어내는 것이다.특히 지난달 KT가 가격을 대폭 인하해 판매한 아이폰4의 경우에는 대당 50만원 이상의 손해를 감수하며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KT는 지난달 단독영업을 시작하면서 아이폰4를 보조금 상한선(27만원)보다 낮은 25만원대로 인하해 합법적인 '0원폰'으로 바람몰이에 성공했다. 가격을 인하한 첫날에는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4시간여만에 200여개 이상의 아이폰 관련 게시글이 올라올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하지만 단말기 출고가가 당초 81만4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차액인 56만원가량은 고스란히 KT의 손실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단독영업 초반부터 저가폰을 앞세운 전략으로 가입자를 유치해 점유율은 얻었겠지만 그로 인한 손해는 막대할 것"이라며 "전 회장 시절 확보한 아이폰 물량이 이제와서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KT는 영업 재개 후 지난 9일까지 확보한 15만3000여명의 가입자 중 43.1%는 아이폰을 비롯해 출고가가 인하됐거나 출시된 지 20개월이 지난 단말기를 구매했다. 특히 아이폰4의 가격 인하가 있었던 첫 주말인 지난달 27일과 28일에만 총 2만2813건의 순증을 기록했다.한편 증권업계는 이 같은 저가폰 전략이 KT의 2분기 실적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확한 숫자는 파악할 수 없지만 아이폰이 국내 제조사들의 물량만큼 많지는 않다"면서 "대당 50만원 이상 손해를 보더라도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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