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현장 과잉 학력, 국가적 낭비다

산업현장의 '인력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과잉 학력'이 넘쳐나 취업자 10명 가운데 3명 꼴로 자신의 학력에 미치지 못하는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 대학이나 전문대학 졸업생 상당수가 고졸자의 일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학력과 숙련도의 불일치'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대학 교육이 산업계가 요구하는 쓸 만한 인재들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어제 취업자 4422명을 분석한 '학력 및 스킬 미스매치와 노동시장 성과' 보고서에서 27%가 과잉 학력이라고 밝혔다. 적정 학력은 61%였다. 55∼65세(33.4%), 40~54세(32.1%) 등 연령이 높고 중소기업일수록 과잉 학력이 많았다. 학력별로는 전문대졸(39.4%)이 가장 높았다. 4년제 대졸 이상은 23.8%였다. 전문대졸의 일자리가 고졸 일자리와 비교해 질적인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잉 학력의 폐해는 크다. 너도나도 대학 진학을 하느라 막대한 교육비를 쏟아붓는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출이 그만큼 늦어진다. 상대적으로 고졸자의 고용 기회가 줄어드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국가적으로 시간과 비용의 낭비가 크다. 학력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대학,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과잉 학력-고용 왜곡의 고리를 깰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학교육이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대학의 교육과정이 현장이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의 수준이 낮거나 실제 현장에서의 필요와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 많다. 전자반도체, 정보통신, 컴퓨터, 정유석유화학, 정밀화학(화장품) 등 조사 대상 5개 분야의 사정이 모두 비슷했다.  대학이 단순한 기술인력 배출 기관은 아니다. 그러나 공대의 경우 기초학문 연구 못지않게 산업발전에 이바지할 실용성도 중요하다. 연구 중심의 고급 인력은 대학원 이상 과정에 맡기고 학부에서는 산업계가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를 배출할 필요가 있다. 학력이나 학벌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열린 노동시장,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는 산학협동교육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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