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 추락한 북한제로 추정되는 무인기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방부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최근 파주와 백령도, 삼척에서 추락한 무인기 3대를 북한제로 추정하면서도 결정적인 증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9일 국회 국방위 업무보고에서 무인기가 북한제라는 결정적인 단서는 제시하지 못한 채 "소형무인기 등 다양한 적도발대비 맞춤식 대응태세를 완비하겠다"고만 보고했다. 추락한 무인기들이 북한제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북한에서 발진한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촬영된 사진에 북측지역 사진, 위성항법장치(GPS) 좌표해독이 필요하다. 경기 파주시에서 발견된 무인기에서는 청와대를 포함한 서울과 경기 북부지역 사진 193장이, 같은 달 31일 백령도에서 확보된 무인기에선 소청도, 대청도가 찍힌 사진 100여장이 각각 발견됐다. 군과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합조단은 현재 지워진 대부분의 사진을 복원했지만 북측지역 사진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여기에 무인기의 위성항법장치(GPS) 코드 복구도 불확실하다. 북측이 무인기를 띄웠다면 비행 전 무인기의 GPS 코드에 복귀 좌표를 입력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복귀좌표 해독성공여부도 미지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방부는 내부적으로만 북한의 소행이라고 결론 내렸을 뿐 국제사회나 북한을 상대로 한 영토 침범에 대한 법적 문제 제기가 힘든 상황이다. 북한도 한국에서 잇달아 발견된 데 대해 5, 7일 두 차례 이 사건을 언급했지만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적극 부인하지 않은 채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법적인 문제 제기와 관련된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무인기에 사용된 부품 역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상의 금수물품과는 일단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의안은 핵ㆍ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규제와 재래식 무기 금수 조치가 포함됐다. 이 때문에 국내 우려가 상당하기는 하지만 도발 강도 면에서 안보리에 가져갈 만큼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기상관측용 등 민간연구용으로 날렸다고 주장하면 제재방안은 모호하다. 해외사례도 있다. 1960년 미국 U2 정찰기가 소련 영공에서 격추됐다. 당시 니키타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안보리에 제소하겠다고 반발했지만 소용없었다. 미국이 끝까지 기상관측용이라고 우겼던 탓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민간항공협정(시카고 조약) 8조에 '무(無) 조종자 항공기'에 대한 규정이 있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차원에서의 문제 제기는 가능하지만 얼마나 효율적인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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