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품질과 가격을 믿고 거래할 수 있는 금 현물시장이 국내에 처음 문을 연다.21일 한국거래소는 브리핑을 열고 오는 24일 개설을 앞둔 ‘KRX금시장’의 개설경과 및 주요제도를 발표했다. KRX금시장은 정부의 ‘금 거래 양성화 방안’에 따라 금의 수요·공급자가 가격과 품질에 대한 신뢰를 갖고 안정적으로 금을 거래할 수 있는 공개시장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앞서 지난해 7월 ‘금 현물시장 개설 및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거래소는 그간 증권업계 의견수렴을 위해 예탁결제원·조폐공사 등 유관기관과 함게 금시장개설TF를 꾸려 운영해 왔다.금 시장 제도 및 IT 설명회, 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 등 다양한 사업자 단체와 간담회를 여는 것은 물론 서울 명동, 부산 범일동 등 전국 귀금속상가 밀집지역을 찾아가 실물업계 목소리까지 귀담아 들은 뒤 지난해 12월 금 현물시장 개설 종합방안을 수립했다. KRX금시장에서는 세계 금거래 표본인 순도 99.99% 금지금을 1g 단위로 거래할 수 있다. 품질인증은 조폐공사, 보관은 예탁결제원이 각각 맡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지명도 높은 금이 안전하게 거래된다.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도록 매매단위는 1g, 호가가격 단위는 10원으로 하되 장외 실물사업자들의 영업권 보장을 위해 인출단위는 1kg으로 제한했다. 금 거래 양성화 문제로 주목받는 일반 개인이 보유 중인 금의 경우 거래대상이 거래소가 지정한 적격 금지금 생산업자·수입업자가 공급하는 금지금으로 한정돼 당장 거래소에서 거래될 수 없다. 매매거래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로 장 개시를 전후해 오전 9시부터 1시간, 오후 2시30분부터 30분간 단일가 매매가 이뤄진다. 호가제한폭은 전날 종가의 ±10%다. 거래소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년 3월까지 1년여간 거래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금시장 참여 회원은 위탁매매가 가능한 증권사 등 일반회원과 위탁매매가 불가능한 실물사업자 등 자기매매회원으로 나뉜다. 법인은 물론 2년 이상 귀금속 영업경력을 지닌 개인사업자에게도 회원가입을 허용해 실물사업자의 폭넓은 시장가입을 허용했다. 지금까지 증권사 8곳과 실물사업자 49곳 등 57개 업체가 회원으로 가입했다. 결제시한은 단일가매매의 경우 오전11시 30분까지, 그 외 오후 4시 반까지로 결제에는 증권·파생상품계좌와 별도의 일반상품계좌가 사용되며, 일반회원의 예탁금은 고유재산 등과 구분해 증권금융회사에 예치된다.거래소는 KRX금시장의 가격 제시가 금거래 양성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도현 거래소 금시장운영팀장은 “품질은 물론 출처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금이 충분히 공급되면 탈세 가능성이나 정상적인 자료금을 구하지 못해 음성거래하던 부분에 대한 양성화가 가능하며, 가격 제시 기능만으로도 상당부분 양성화를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거래소는 다만 불법증여 등 탈세 목적으로 이뤄지는 음성거래가 KRX금시장으로 곧장 무대를 옮겨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윤석윤 상무는 “거래소가 유도하기에는 제약이 있다”면서 “시장을 개설하는 입장에서 보면 정책적으로 풀어가야 하는 문제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투기세력이 흘러들 가능성에 대해서는 거래소 감시규정에 따라 모니터링 시스템과 관련 규정을 갖춰 주식시장과 유사하게 불공정거래를 단속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윤 상무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정책의지를 반영해 개설되는 KRX금시장은 국내 귀금속 시장의 유통구조 개선과 함께 새로운 투자문화를 열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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