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과거 아동 CF 모델로 활약하던 시절의 김유정(15)을 기억하는지? 동그란 눈과 작지만 오똑한 코, 통통한 볼살이 귀여웠던 그는 지금도 여전한 미모를 자랑하고 있다. 주변에서 ‘미모’ 칭찬을 너무 많이 해 살짝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둘러보면 진짜 예쁜 여배우들이 많다. 그래도 내게 ‘예쁘다’고 해주면 감사하다”며 겸연쩍어했다.김유정은 사실 가녀린 외모와 다르게 씩씩하고 털털한 성격을 지닌 ‘반전녀’다. 본인은 성격을 고쳐야겠다고 말했지만, 의외의 면들이 오히려 그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더 부각시키고 있는 듯하다. 최근 영화 ‘우아한 거짓말’(감독 이한)에서 김유정은 속을 알 수 없는 아이 화연으로 열연했다. 존경하는 선배 김희애와 고아성, 그리고 아끼는 동생 김향기가 함께 했다. 여배우들의 신뢰로 똘똘 뭉친 따뜻한 현장이었다. 겉으론 악역이지만 들여다보면 슬픔이 있는 아이. 쉽지 않은 역할이었기에 더욱 끌렸다고 털어놨다.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하는 캐릭터를 좋아해요. 아빠나 주위 분들은 그게 좋은 건 아니라고 하지만, 전 하고 싶고 그래요. 모험을 좋아하거든요. 화연은 감정적으로 좀 많이 생각하고 쏟아야 하는 역할이었어요. 그래서 고민도 많이 했지만 결과적으론 행복한 작업이었어요.”감정을 한껏 끌어 모아 담아뒀다가, 한 번에 쏟아내야 했다. 스스로도 연기를 하면서 ‘왜?’라는 질문을 많이 던졌단다. 특히 자신이 맡은 캐릭터가 정말 착한 아이인지 나쁜 아이인지 끝없이 고민해야 했다. 그렇다면 정작 김유정은 배우이기 이전에 착한 아이일까? 모르긴 몰라도 ‘솔직한 아이’임은 분명하다.“화나는 건 안 숨기는 편이에요. 하고 싶은 말은 꼭 하고, 싫고 좋은 게 분명하거든요. 성격이 안 좋다는 말도 들어요. 친한 사람은 이해하는데, 무뚝뚝하고 틱틱대니까 당황하는 분들도 있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 의도는 그런 게 아니니까 오해 받고 싶지 않아서요.”또래보다 성숙하다는 말에는 손사래를 쳤다. 친구들과 비교하면 자신은 명함도 못 내민다며 웃었다. 그는 “대본을 많이 보고 대사도 많이 하니까 좀 더 말하는 거에 단련된 거 뿐이다. 내가 이만큼 알면 친구들은 더 멀리 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정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여진구와 함께 절절한 사랑을 나눠 아역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어진 ‘메이퀸’과 ‘황금무지개’를 통해 '캔디형'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두 드라마에 나오고 부터 길을 가다 만나는 어른들은 “아이구, 예뻐라. 씩씩하기도 하지”라며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고 한다.이후 비슷한 캐릭터들의 출연 제안만 받았다. 배우로서 갈증이 생겼다. 이럴 때 찾아온 ‘우아한 거짓말’의 화연은 당연히 오아시스일 수밖에 없었다.“화연은 완전한 악역이 아니에요. 자기도 모르게 그런 사람이 돼 가고 있는 그런 아이죠. 진심으로 얘기하는 건데 점점 나쁜 애로 인식되니까 본인도 외로워해요. 아픈 아이인데 알아봐주지 않으니까요. 실제로 화연과 비슷한 친구들한테도 좀 따뜻하게 물어봐주는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해 학생들은 무조건 나쁘다고 하는 시선 말고,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주면 어떨까요.”누군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무조건 ‘나쁜 애’라 단정짓고 손가락질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각자의 사연을 알지도 못하면서 미워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평소 생각이다. 화연을 연기하면서 많은 고민을 하고 감독과도 심도 있는 대화를 여러 번 나눴다. 이를테면 치밀한 계산을 바탕에 깔았다는 설명인데, 원래 익숙한 연기 스타일은 좀 더 ‘본능적’이다.
“연기할 때 고민을 많이 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화연 캐릭터가 진심인지 계산적인 행동인지 헷갈려서 이번엔 정말 생각을 많이 했어요. 평소에는 그냥 막해요.(웃음) 그 순간 진심으로 나오는 게 진짜 감정이니까 대본만 외워서 현장에 가요. 연습 같은 건 잘 하지 않아요.”이번 영화로 처음 만난 이한 감독은 푸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다고 고백했다. 거칠어 보이지만 섬세한 면이 많다고 귀띔했다.“되게 부드럽고 착하세요. 향기랑 저는 친딸처럼 잘 챙겨주셨어요. 물론 딸은 아니지만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어요. 하하. 감독님이 ‘아저씨라고 불러’ 그러시더라고요. 얘기할 때도 정말 편했어요.”작품을 하면 할수록 발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김유정. 아직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있기에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다.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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