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불량 무기로 어떻게 나라 지키나

2010년 11월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 우리 군의 K-9 자주포 6문 중 3문이 고장으로 대응 사격을 하지 못했다. 앞서 7월엔 K-21 장갑차의 배수펌프 불량에 따른 침수사고로 김 모 하사가 숨졌다. 지난 12일엔 복합소총 K-11이 훈련 중 폭발사고를 일으켜 장병 3명이 다쳤다. 이 밖에도 폭발 성공률이 17%에 불과한 국산 기뢰, '갈 지(之)자' 운항 고속함 등 국산 무기의 불량 사례는 끝이 없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피복, 먹거리는 물론 전투기, 전차, 헬기, 함정 등 군의 핵심 무기에 들어가는 군수품의 공인 시험성적서가 조작돼 짝퉁 불량 부품이 사용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기술품질원은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납품된 군수품 28만199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241개 업체가 공인 시험성적서 2749건을 위ㆍ변조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불량 부품은 특히 차기전차(K-2)와 장갑차(K-21), 자주포(K-9) 등 육군의 주력 장비에 집중됐다. 2465건으로 전체의 89.7%에 달했다. 공군 주력 전투기 KF-16은 제동장치인 브레이크 디스크 성적서가 조작됐다. 한국형 기동 헬기 '수리온'에도 불량 와이퍼 기어가 쓰였다. 2300t 급 차기 호위함에 사용된 펌프 주물 제품 등도 불량이었다. 이런 불량 무기로 어떻게 나라를 지킨다는 것인가.  품질관리를 허술하게 해온 군 당국의 책임이 크다. 납품업체 관리는 주 계약업체에 맡기고 품질 검증은 공인 시험기관의 성적서로 대체했다. 그러고는 30여년간 제대로 된 검수 한 번 안 했다. 응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기품원은 '핵심 품목이 아니어서 군용품의 품질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운운하니 어이가 없다. 이런 자세로는 군납비리를 뿌리 뽑을 수 없다.  불량 군수품 납품은 이적행위다. 첨단 무기류는 나사 하나만 잘못돼도 작동을 멈추거나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유사 시 핵심 무기가 제 기능을 못하면 장병 목숨은 물론 나라의 안위도 위태로워진다. 군납업체 선정, 군수품 관리 등 국수관련 모든 과정을 투명화해 군납비리를 뿌리뽑아야 한다. 납품업체의 경우 단 한 번 비리를 저질러도 망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징벌적 과징금을 물리는 등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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