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입구 상권
보호 못받는 권리금 양성화하려면 숙제 산더미[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2011년 8월부터 서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충격에 휩싸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권리금 1억원을 주고 월세를 300만원씩 내며 살아왔는데 최근 건물주가 가게를 팔아야 한다며 나가달라는 통보를 해와서다. 계약기간 2년이 지났지만 건물주가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아 자동으로 계약이 갱신됐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가게를 비워주면 권리금은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도 계약갱신청구권 적용 범위를 올해 계약 기준 4억원부터 적용하고 있어 그 이전에 계약한 A씨는 법적 혜택도 받지 못한다.#부산 한 대학가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중인 B씨는 신축 상가에 가게를 내면서 건물주에게 권리금으로 1000만원을 냈다. 권리금은 이전에 영업하던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끼리 지불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신축 상가여서 시설이나 인테리어, 비품이 아무것도 설치돼있지 않았음에도 건물주와 중개업자는 '바닥권리금' 명목으로 권리금을 요구했다. 집주인과 공인중개업자가 입을 맞춰 돈을 받아내려는 속셈이 훤히 보였지만 계약을 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권리금을 지불했다.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가 권리금 때문에 임차인들이 두번 울고 있다. 이전 임차인에게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권리금을 지불하고 가게를 냈지만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쫓겨나는 경우가 많다. 새로 지은 상가에 들어갈 때도 집주인이 임의로 권리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법적으로 지켜주지 못하는 권리금은 임차인들끼리 임의적으로 주고받는 '지하경제'의 그늘이다.권리금은 상가 임대인과 임차인간 계약과 별도로 임차인끼리 영업설비, 장소적 이익, 영업권 등 유무형의 이익을 따져 주고받는 일종의 '웃돈'이다. 1960년대 이후 도시발달 과정에서 공급이 부족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임대인에게 지불하는 보증금보다 많은 경우도 있다. 문제는 건물주가 건물을 폐쇄하거나 계약기간이 만료됐을 때는 앞선 임차인에게 지불한 권리금을 반환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임차인간 거래여서 임대차계약과는 무관해 법적으로도 보장받을 길이 전혀 없다.권리금을 둘러싼 분쟁 유형은 다양하다. ▲임대차계약이 종료한 이후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가 명도를 청구하는 경우 ▲임대인이 업종을 변경하여 임대하는 경우 ▲건물의 재건축이나 재개발로 인해서 임대차가 종료되는 경우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임대계약이 종료되는 경우 등이다.이러한 경우 임차인이 다른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다. 임차인은 임대인과의 계약과는 별도로 투자한 시설비용이나 그간의 영업의 대가로 권리금을 지급하고 입점했지만 영업권이나 임차권을 넘기지 못할 경우 권리금을 회수할 수 없다. 보장된 임대차 기간 전에 계약이 중단될 경우 권리금 손해는 물론이고, 보장된 기간동안의 영업이익까지 박탈당하는 '이중피해'를 입게 된다.올해로 5주기를 맞은 용산참사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도 상가권리금이었다. 재개발이 이뤄지는 구역에서 상인들이 강제로 내쫓길 때 그동안 영업한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당시 상가권리금이 감정평가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영업손실 보상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권리금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해 3~4개월치 영업보상금만 받고 쫓겨나야 하는 것은 지금도 여전하다.그동안 권리금은 임차인들끼리 양도ㆍ양수계약서만 작성해 돈을 주고받아왔다. 법에서도 권리금을 명시하지 않고 상가임대차계약에 속하지 않아 법의 보호도 받을 수 없는 돈이다. 중개하는 사람은 있지만 법적으로는 중개업자의 중개대상물에 포함되지 않는다. 당사자간 협의로 정하는 사안이어서 중개업자의 중개로 계약할 경우 자체적으로 권리금 양도ㆍ양수계약서를 작성해 사용하고 있다. 중개업자들이 받는 권리금 수수료는 1~10%로 지역마다 제각기 다르다. 권리금을 법제화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바닥권리금, 시설권리금, 영업권리금 등으로 종류가 다양해 보호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강금출 서울시 상가임대차 상담위원은 "객관적으로 어떤 범위까지를 권리금으로 다룰 것인지를 전문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 재산의 가치, 주변 상권, 거래관행, 시설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명시해야한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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