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사양에 값은 미국산의 두 배, 로프트 낮춰 비거리 늘리는 등 시니어 타깃
일본 브랜드의 고가마케팅이 국내 골퍼와 과시욕과 맞물려 미국 브랜드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손은정 기자] 불황에는 비싼 게 잘 팔린다(?). 불경기에는 아주 싸거나, 아예 비싸야 잘 팔리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골프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고가골프채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일본 브랜드라는 점이다. 제작사들은 "고가의 소재를 사용하고, 남다른 기술력이 더해져 비쌀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가격대 구성을 꼼꼼히 살펴보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일본 브랜드의 고가 정책을 들여다봤다. ▲ "장인의 손맛? 그래도 너무 비싸"= 타이틀리스트와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등 미국 브랜드에 비해 던롭과 혼마, PRGR, 온오프 등 일본 브랜드는 공통적으로 가격이 월등하게 비싸다. 소재와 제작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다. 제작 방식에 차이가 있다면 가격이 올라가는 게 당연하지만 요즈음에는 방식도 비슷하다. '장인정신'에 대한 대가치고는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실제 같은 컨셉으로 개발된 제품을 비교해 보자. 클리브랜드의 블랙드라이버와 PRGR의 에그버드다. 클리브랜드는 일본의 던롭이 인수했지만 여전히 미국식 마케팅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두 모델 모두 초경량에 초점을 맞춰 260g대를 실현했다. 길이도 46.5인치로 장척, 경량화를 위해 30g 내외의 그립을 사용한 점도 같다. 가격은 블랙이 55만원, 에그버드는 120만원이다. 에그버드 구매 고객은 미세한 헤드 디자인 차이로 두 배 이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생산량이 적어서?= 온오프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한 유통업체 대표는 "일본 브랜드가 개당 마진폭이 크다"고 귀띔한다. 메이커 측은 이에 대해 "소량 판매라 마진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그러나 일본 브랜드의 판매량이 만만치 않다. 실제 대형 골프용품매장에서 발표하는 골프채 판매량 순위는 미즈노와 던롭 등 일본 브랜드가 최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전 세계에 유통되는 미국 브랜드의 생산량이 많아 단가가 다소 낮을 수도 있지만 요즈음에는 일본도 과거의 수공업 공정과 달리 기계화시대를 구축해 단가가 내려가는 게 맞다"고 반박한다. 메이커 특유의 고가 공정이 있다 해도 두 배나 차이가 날 만큼 고비용이 투자되는지 의문이다. ▲ 로프트가 다르다고?= 일본 브랜드의 고가정책은 경제력이 있는 시니어골퍼들에 대한 타깃마케팅으로 이어진다. 바로 "비거리가 더 난다"는 비밀이다. 이 역시 비법이 있는 게 아니다. 같은 번호의 로프트가 1~2도씩 낮다는 데 있다. 3가지 아이언을 비교해보자. 일본의 PRGR 아이디 나브라레드와 던롭의 젝시오 프라임, 그리고 미국 브랜드 캘러웨이 뉴레가시블랙이다. 5번 아이언을 기준으로 아이디는 24도, 젝시오 23도, 레가시는 25도다. 로프트가 낮을수록 비거리가 늘어난다. 소재와 공법을 차치하고 로프트만으로 앞선 두 모델이 당연히 더 멀리 날아간다는 이야기다. 피칭웨지도 마찬가지다. 아이디가 42도, 젝시오 43도, 레가시는 45도다. 일본 브랜드가 탁월한 비거리를 자랑하는 요인이다. 시니어골퍼들에게는 비거리가 더 나오는 대신 탄도가 낮아져 아이언 샷의 생명인 스핀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단점은 가려져 있다.▲ "과시욕 이용한 거품?"= 일본 브랜드의 고가마케팅은 국내 골퍼의 과시욕과 맞물려 더욱 높아진다. 혼마골프가 대표적인 사례다. 베레스 5스타 아이언은 5500만원, 풀세트로 구성하면 1억원까지 치솟는다. 2~5스타로 클럽 등급을 나눈 '별 마케팅'은 1970, 80년대 부의 상징으로 직결될 만큼 독특했다. 군 출신들이 득세하던 시절 별이 그려진 골프채로 최고급 골프채의 이미지를 더했다. "일본 제품이 아시아인 체형에 적합하다"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다. 아시아시장이 커지면서 미국 브랜드도 대부분 아시아스펙을 따로 제작한다. 심지어 한국과 일본에서만 판매할 목적으로 개발하는 별도 라인도 갖고 있다. 골퍼 S씨는 "한국과 일본은 아직도 골프채가 나를 표현하는 이미지로 직결된다는 생각으로 고가의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브랜드보다 시타 등을 통해 자신의 체형에 맞는 과학적인 골프채 선택을 할 때가 됐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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