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 공여·직접투자·군사적 교류 통해 미국 뒷마당에 親중국 벨트 만들기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중국 자본이 멀리 카리브해 연안 국가 자메이카에서 해운 기반시설 건설을 계획 중이다. 중국교통건설의 자회사인 중국항만은 15억달러를 들여 자메이카 남부 작은 섬들에 환적(換積) 항구와 물류 허브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 확장에 맞춰 증가할 해운 물동량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의 카리브해 연안 지역 진출의 한 가지 사례일 뿐이다. 중국은 차관 공여와 직접투자, 군사적 교류를 통해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6월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방문해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뒷마당에 속한 이 지역 국가들과 중국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추이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이 지역에 대한 직접투자 누적액은 2003년 1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5억달러 가까이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 금액은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 지역은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노조 조직률도 높아 중국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기지 않는다. 인구가 적어 주요 수출시장이 되지도 못한다.중국이 이 지역에서 뽑아낼 자원도 많지 않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에는 상당한 원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 그러나 중국이 관심을 가질 만큼 많지는 않다. 자메이카와 기아나는 주요 보크사이트 생산국이지만 중국이 영향을 받을 만큼 많은 양은 아니다. 한 서구 외교관은 "카리브해 연안 지역이 중국에 전략적인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 지역에 국제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뜻이다. 몇몇 국가는 군사적으로도 중국과 가까워졌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트리니다드 토바고 군은 1999년 이후 상호 방문에 이어 트리니다드 장교의 중국 위탁 훈련으로 관계를 진전시켜왔다. 바베이도스 군도 인민해방군과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바베이도스의 경제학자 애비나시 퍼소드는 중국의 이 지역 진출을 "총칼을 들이대지 않는 새로운 식민주의"라고 규정했다. FT는 "미국이 이 지역에 아낌없이 주는 역할을 그만 둔 데에는 이유가 있다"며 "제국을 확장하기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도 바닥이 새는 카리브해 국가에 계속해서 돈을 퍼붓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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