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규모 불문 가계부채 빨간불…저소득·비정규직 '심각'
대부업 등을 이용한 다중채무 비율도 높아 악순환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서울시민 10명 중 4명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카드대금을 갚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 계층의 채무상황이 '폭탄 돌리기'로 악화되고 있고, 카드 빚을 비롯해 현금서비스나 제2금융권 대출 등 다중 채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부채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가계 빛 실태 파악 및 악성화 진행수준을 진단하기 위해 시민 9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40.8%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카드 결제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수준별 신용카드 결제액 위험구간에 놓인 비율은 ▲150만원 미만 52.2% ▲150만원~250만원 46.4% ▲250~400만원 41.7% ▲400만원 이상 30.7%로 사실상 전 계층이 월급의 상당부분을카드결제 대금을 갚는데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월 소득 15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액으로 소득의 3분의2를 지출하는 경우가 21.8%로 집계돼 다른 계층에 비해 3배 이상 높았고, 소득을 초과해 사용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8.8%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은 버는 돈 보다 많은 금액을 신용카드를 결제하는데 사용하는 셈이다. 소득의 절반 이상을 현금서비스 결제에 사용하는 비율도 44.7%나 됐다. 이 가운데 58%는 카드대금을 연체 중이며, 100만원 이하 소득자 가운데 빚 때문에 최소한의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66.7%나 됐다. 시간제 아르바이트의 연제 비율은 정규직의 5.8배, 월세 거주자는 자가 거주자의 4.8배로 나타나 소득 수준이 낮고 불안정한 직업을 가질수록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 저소득층의 부채 현황 및 위험도
연체 등으로 카드 사용이 제한되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게 되면서 '빚의 악순환'도 계속되고 있었다. 빚을 내 빚을 갚는 다중채무의 고리가 끊기지 않아 장기간 악성부채를 떠안고 살아야 하는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부채를 보유한 시민 중 58.7%가 3군데 이상의 금융기관 대출을 갖고 있었다. 저소득층의 경우 77.8%가 제2금융권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현재 대부업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시민의 90.7%가 다른 금융권에 대출이 있고, 4명 중 1명은 2군데 이상의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것으로 나타나 정상적인 돈의 흐름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저소득층은 채무불이행, 중간소득자 이상은 부채 악성화가 진행 중"이라며 "소득능력에 상관없이 공급되는 고금리 대출 및 과도한 채권 추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실시하는 서민금융상품은 대상이 협소해 실효성이 부족하고 현실적으로 높은 장벽을 갖고 있다"며 "채무조정이 거의 불가능한 저소득층에겐 파산 면책의 지원과 금융복지 상담 등의 체계적인 제도를 마련해 자립의지를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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