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환경변화 등으로 개체수 줄어…화려한 가창오리 10만여 마리, 천연기념물은 볼 수 있어
충남 서천 금강하구에서 노을을 배경으로 화려한 군무를 보이고 있는 가창오리떼.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철새들의 계절이 왔다. 겨우살이를 위해 추운 시베리아를 떠나 남쪽으로 내려온 철새들이 우리나라 곳곳에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겨울철새들의 군락지인 ▲충남 서산 천수만 ▲서천 금강하구 ▲전남 순천만 일대엔 기러기, 가창오리 등을 비롯해 노랑부리백로, 두루미, 큰고니, 저어새, 황새, 개리 등 멸종위종들도 해마다 쉬어간다.때문에 해마다 겨울철이면 곳곳에서 철새 탐조투어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올해엔 기대만큼 많은 숫자의 철새들이 한반도를 찾지 않았다.최근 환경변화 등으로 철새들의 개체수가 줄어드는데다 이상기후 현상 등으로 철새들의 이동이 늦어진 때문이다.특히 수 십만마리가 함께 날아올라 화려한 비행을 선보이는 가창오리는 국내에 10여만마리만 와 있을 뿐이다. 이마저도 가장 많이 모이던 금강하구를 지나쳐 해남과 영암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철새전문가인 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 박사는 “전국적으로 따져보면 가을 철새들이 예년보다 많이 오지 않았다”며 “국내엔 선발대로 볼 수 있는 10여만 마리가 와있을 뿐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수십만 마리가 중국 남부까지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남부에서 한반도까지 내려오기 위한 충분한 몸을 만들지 못했거나 이상기온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게 백 박사의 설명이다.
충남 서산 천수만을 찾은 천연기념물 황새.
철새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은 한강 하구다. 10월말쯤 이곳에서 잠시 쉰 뒤 11월 초 천수만과 금강하구에 도착해 2주쯤 다시 몸을 추스른다. 그 뒤 11월 중순부터 전라도와 경상도로 흩어진다. 그리고 2월 초 다시 금강하구에 모여 북쪽으로 올라갈 준비를 한다. 철새들은 3월 초에 이동을 시작, 3월 말이면 모두 한반도를 벗어나 북쪽으로 떠나간다.백운기 박사는 “정확히 언제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중국에서 철새 본진이 넘어오는 시기를 2주쯤 뒤로 볼 수 있다”며 “돌아가는 때는 비슷하지만 올해 철새 구경은 11월 말에 가장 많은 철새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철새는 강한 빛, 색, 소리 등에 민감하다. 때문에 철새탐조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 철새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철새들은 사람의 발길이 적으면서 먹이가 많은 곳으로 가게 된다. 2년 전 공중파방송 연예프로그램에 금강하구 철새모습이 방송된 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바람에 가창오리들이 더 남쪽으로 떠나갔다. 그리고 지난해엔 가창오리를 볼 수 없었다. 올해는 2000여 마리만 볼 수 있다.지자체에선 철새들이 편하게 쉴 수 있게 금강 뚝에 500m의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철새보호에 나섰다.군산시는 금강습지공원 부근에 대나무 인공섬을 띄우고 먹이를 줘 새들이 안심하고 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주변환경에 민감하고 후각이 발달한 철새들을 배려하기 위해 탐조객들에게 밝은 옷이나 자극적인 향수사용을 자제토록 했고 철새와 교감할 수 특수 옷을 만들어 빌려줄 계획이다.
◆서산 천수만=서산 천수만 일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큰기러기, 천연기념물 제205호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해 15만여 마리의 철새가 찾아와 겨울날 준비를 하고 있다.
가을걷이가 끝난 천수만 A·B지구 간척지에 먹이가 많아 철새들이 몸을 추스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철새 무리 중 개체수가 가장 많은 종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큰기러러기, 쇠기러기 등 기러기류다. 현재 14만여 마리가 호숫가와 추수가 끝난 농경지 등지에서 볼 수 있다. 청둥오리, 홍머리오리, 쇠오리 등의 오리류도 하천의 모래톱과 갈대숲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둥지를 틀었다.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놓인 노랑부리저어새 5개체와 말똥가리 등의 맹금류들도 눈에 띄고 있다.
◆서천, 군산 금강하구=금강하구는 해마다 30여종의 수십만마리의 희귀철새가 찾아오는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로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에 등재돼 세계적 철새도래지로서 인정받은 곳이다.서천은 갯벌이 발달하고 넓은 농경지가 펼쳐져 생태적으로 철새들이 찾아오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지리적·생태적 조건으로 해마다 ‘철새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세계 가창오리(35만마리)의 90% 이상이 우리나라를 찾는다. 또 세계 검은머리 물떼새 절반이상이 쉬어가며 노랑부리백로, 두루미, 큰고니, 저어새, 황새, 개리 등 멸종위종들도 해마다 쉬어간다. 특히 동트는 아침과 석양이 짙게 물든 해질 무렵 금강호 창공은 철새들의 화려한 군무로 일대 장관을 펼친다. 구불구불 힘차게 영겁을 달려온 금강연안 하늘을 뒤덮은 ‘겨울 진객’ 가창오리의 힘찬 날갯짓은 각본 없는 한편의 서사시다. 우아한 자태를 뽐내다가도 잘 훈련된 군인처럼 대열을 지어 나르고 잔잔한 강물 위에 한가롭게 무리져 떠있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사람과 철새는 하나가 된다. 오는 22~24일 금강철새조망대와 습지생태공원,나포 십자들녘에선 군산은 물론 전북의 대표적 겨울 테마축제인 ‘군산세계철새축제’가 펼쳐진다.이영철 기자 panpanyz@<ⓒ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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