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출 호조라지만 채산성은 나빠졌다

수출입 물가가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의 영향으로 동반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오늘 발표한 지난달 수출물가 지수(2010년 100 기준)는 91.21로 전월보다 1.9% 하락했다. 수입물가 지수는 99.60으로 전월 대비 2.4% 떨어졌다. 수출물가 지수 하락은 같은 상품을 팔아도 손에 쥐는 돈이 원화로 환산해 줄어든다는 의미다. 그만큼 수출업체의 채산성은 나빠진다. 10월 수출물가는 5년 8개월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지난달 사상 처음 월수출액이 50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물량은 늘었지만 채산성은 되레 악화된 것이다. 반도체, 통신기기 등 주력 수출품의 수출물가가 대부분 하락했다. 경제현상이 다 그렇듯 환율변동에도 양면성이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달러화 표시 수출상품 가격이 올라 경쟁국 제품보다 비싸지므로 수출 주문이 줄어든다. 환율하락 추세가 장기화하면 기업들로선 수출물량 감소와 채산성 악화의 이중고를 겪는다. 그렇다고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환율을 인위적으로 떠받치는 데는 상대가 있는 국제무역 환경에서 한계가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환율보고서를 통해 우리 정부의 환율정책에 불만을 나타냈다. 원화가치가 2~8% 저평가돼 있다며 외환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줄여 환율을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구조상 정부의 적절하고 안정적인 환율 관리는 필수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앞두고 세계 주요국의 환율전쟁은 격화될 것이다. 급작스러운 외화 유출입으로 환율이 급변동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환율하락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수입물가가 낮아져 국내 물가를 안정시키고 내수를 자극할 수 있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각종 원ㆍ부자재와 기계류, 부품 수입 비용도 줄어든다. 기업들로선 설비투자용 기계장비를 들여오는 기회가 될 수 있는데 현실은 현금을 쌓아놓은 채 투자를 꺼리고 있어 걱정이다. 기업도 이제 고환율에 얹혀가는 가격경쟁력으로 수출을 해나가겠다는 낡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기업 스스로 지금의 달러당 1000원대 중반 네 자릿수 환율에서 900원대 세 자릿수 환율에도 견뎌내는 체질 개선을 꾀해야 한다.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해야 함은 물론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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