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래도 게임이 마약은 아니다

'중독 예방ㆍ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일명 중독법 추진을 놓고 온라인이 들썩거리고 있다. 게임을 술ㆍ마약ㆍ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국가가 통합관리한다는 것이 골자다. 게임업계는 "게임산업에 대한 사망선고" "게임을 마약 취급한다"며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반대서명 운동에 나섰다. 벌써 서명한 누리꾼이 2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의 홈페이지는 어제 접속불가 상황에 처했다.  게임중독, 특히 청소년의 게임중독에 대한 예방과 치료는 국가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큰 문제다. 그렇다고 게임을 마약ㆍ도박과 같은 선상에 놓는 접근방식은 곤란하다. 1996년 선정ㆍ폭력적인 내용의 만화에서 청소년을 보호하자며 청소년보호법이 제정됐다. 이에 간행물윤리위원회가 검열의 칼날을 휘두르자 만화산업은 물론 애니메이션 발전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다.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그 효과는 회의적이다. 부모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접속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게임이 청소년 문제의 주범이 아니라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간 소통 부재가 근본 원인이 아닌지부터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게임업계는 중독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매출의 일정비율을 중독치유부담금으로 징수하자는 또 다른 법률안 처리에 영향을 미칠까봐 우려하는 눈치다. 업계도 반대만 해선 안 된다. 규제성 법안이 잇따른 배경을 살펴야 한다. 외부 규제가 강제하기 이전에 자율 정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임 진행에 따른 보상을 점차 줄이면서 자동 종료되도록 하는 쿨링오프제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게임산업은 우리가 앞선 정보기술(IT) 분야 중 하나다. 국내 게임시장은 약 10조원 규모에 10만명이 넘는 인력이 종사한다. 온라인게임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며 수출에도 크게 기여한다. 지난해 온라인게임 수출액은 24억달러 규모다. 정부와 여당은 게임산업에 대한 태도를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 한편에선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수단으로써 게임산업의 진흥을 외치면서 다른 한편에선 게임을 4대 중독물질로 폄훼해선 업계가 헷갈린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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