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채무계열' 신설, 금융계열사 사금고화 방지 대책으로 '제2의 동양' 방지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왼쪽).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동양 사태의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 참석한 금융당국 수장들은 기업들에 대해 신속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를 철저히 단속해 '제2의 동양'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답했다. 동양 사태를 불러온 허술한 감독과정과 법적 허점에 대해서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던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동양그룹의 자금 흐름, 순환출자 등에 대해 질문이 이어졌지만 "재무부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어 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이 부회장은 "비자금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으며,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를 통해 그룹 구조조정 작업을 좌지우지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대신 증인으로 참석한 김용덕 효성캐피탈 사장은 "(효성그룹 일가에 대해 불법으로 대출한 것을) 모르고 있었고, 자금 사용처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효성캐피탈은 조현준, 조현문, 조현상, 윤필환 등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아들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에게 1조원 넘는 대출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제도적으로 대주주에 대해 자기자본의 100%까지 대출을 할 수 있는데, 검사에서도 발견을 못했다"고 시인했다.◆금융당국 동양 책임 인정..위증 논란은 '정면돌파'= 이날 종합국감 초반에는 동양 사태가 발생하기 전 청와대에서 있었던 서별관회의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았고 비공식적인 회의라 명확히 밝히지 못했을 뿐, 위증은 아니다"며 해명에 나섰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서별관회의에서 동양 봐주기를 하자는 논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정호준 의원의 질문에 "투자자 보호와 시장 영향에 대해 논의했을 뿐, 동양이나 오너를 위한 특혜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사태를 미리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조원진 의원은 "동양 사태에 대해 정부가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했으며, 이상직 의원 역시 "기업의 자정능력을 바라기보다는 당국이 좀 더 적극적인 규제를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동양에 대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은 만큼, '동양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당 김기식, 정호준 의원의 이같은 요구에 김종훈 정무위원장도 필요성을 인정해 향후 여야간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제2의 동양'사태 막겠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제2의 동양사태' 발생을 막고자 관리채무계열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기업이 대부업체를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신 위원장은 "저축은행 구조조정 외에 지난 7~8년간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전무해 부실이 이연돼 온 상황"이라며 "이번 정부에서 구조조정을 하고 넘어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업 재무상황이 좋았다가 나빠지는 경우를 감안해 '주채무계열' 외에 '관리채무계열'을 두고 채권은행과 감독당국이 보겠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융기관 전체 신용공여 잔액이 0.1% 이상인 기업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성 차입이 많은 기업의 경우 별도로 관리가 어렵고, 주채무계열에 선정됐다가 빠지는 경우에도 관리가 필요해 이같이 개선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 위원장은 법률상 허점이 동양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일부 책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는 금융회사가 다른 회사의 주식을 보유해 지배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지만, 동양파이낸셜대부는 금융업을 하고 있지만, 법상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동양지분을 사들여 지배할 수 있었다.신 위원장은 "금산법 초안을 만들 때 대부업체를 금융기관으로 인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대부업을 이용해 사금고화할 것까지 예견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감원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때 법적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거래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다만 신 위원장은 시장에서 몇몇 대기업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당분간 문제될 대기업은 없다"고 못박았다. ◆정책금융 개편 등 각종 현안도 논의= 종합감사인 만큼 정책적인 질의도 이어졌다. 정책금융기관 재편, 창조금융 지원, 금융권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강석훈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산은에서 정금공을 분리하면서 산은 업무의 95%가 시장과 마찰된다고 했는데, 다시 통합하는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신 위원장은 "당시에는 대우증권과 합쳐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함께하는 투자은행(CIB) 모델을 추구했다"면서도 "금융위기를 겪으며 CIB 모델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게 됐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정책금융을 통해 실물부문을 지원하는 것으로 상황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김용태 의원은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중단하기로 했고, 정책금융까지 떠안게 됐는데 자본은 충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 위원장은 "기업공개(IPO)는 열어놓은 만큼, IPO와 채권발행을 통해 충분히 자본확충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송호창 의원은 정책금융 개편안의 입법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송 의원은 "정책금융 개편안이 정부안이라면 정부 입법으로 가는 것이 맞다"며 "절차를 쉽게 하기 위해 의원입법만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의원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동양 사태 등을 야기한 것은 금융감독과 정책구조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기준 의원은 "금융위는 감독정책만 맡고, 금감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금융감독 정책과 집행을 일원화 해 책임전가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은 "대신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과 감독정책은 분리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은 금감원이 아닌 금융위에서 분리해야 독립성있는 기구가 된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이에 대해 "국회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백년대계가 가능한 감독제도를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신 위원장은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위의 위원인 만큼, 별개 조직을 생각해 본 적이 없고 모든 책임은 저한테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 위원장은 이달 중 금융선진화 방안을 담은 금융비전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이 국감에서 밝힌 금융비전 내용은 금융회사 간의 인수합병(M&A)시 세제혜택, 금융사의 해외진출 지원 등이다. 금융위는 금융산업의 부가가치를 10년 내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금융비전'을 준비하고 있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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