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총연맹은 비리총연맹?…'솜방망이' 징계도 논란

안전행정부, 한국자유총연맹 특별감사 결과 국고보조금 횡령 유용 등 36건 적발…처벌은 자체징계-보조금 환수에 그쳐…참여연대 측 '보조금 지급 중단' 요구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정부가 관련 법령까지 제정해 해마다 10억원대의 예산을 지원하는 한국자유총연맹(자총)이 국고 보조금 횡령ㆍ유용 등 비리와 부실투성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가 이 같은 비리를 확인하고도 보조금 환수ㆍ자체징계 등을 하는 데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안전행정부는 지난 7월1일부터 19일까지 2010~2012년 자총에 지급된 국고보조금 사업 집행 실태를 감사한 결과 국고보조금 횡령ㆍ유용 등 36건의 불법 및 내부 규정 위반 행위를 적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자총은 1954년 '아시아민족 반공연맹'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대표적 보수 단체다.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ㆍ새마을운동중앙회 등과 함께 법정 국고보조 대상인 '3대 관변 단체' 중 하나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국민 안보의식 강화를 목표로 통일준비 민주시민교육, 웅변대회ㆍ포럼 운영ㆍ각종 홍보 매체 발간, 시도별 통일관 또는 전쟁 관련 기념관 운영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정부는 1989년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국고를 지원 중이며, 2010년 이후 매년 10억원대의 국고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안행부가 이날 공개한 자총의 각종 운영 비리 행태는 심각했다. 우선 지난 7월 퇴임한 박창달 전 회장 등 임원 5명이 국고보조금이 입금된 통장의 돈을 마치 자신의 용돈처럼 수시로 유용했다. 이들은 14회에 걸쳐 1억9300만원의 돈을 최소 1일에서 최장 113일까지 마음대로 사용한 후 다시 채워 놓는 행태를 반복했다. 특히 박 전 회장은 자신의 소득세를 자총 예산으로 내는가 하면 자녀의 오피스텔 전세금으로 1억1500만원을 빼내 쓴 뒤 나중에 갚는 등 국고보조금 계좌를 '사금고'처럼 사용했다. 다른 임직원들도 수백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공금을 수시 인출해 개인적으로 쓰고는 나중에 갚는 등 공금을 유용했다. 박 전 회장은 또 규정상 명예직이어서 임금을 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임기 5년간 매월 900만~1100만원을 사실상 월급으로 지급받기도 했다. 자총의 국고보조금 사업에서도 공금 유용ㆍ횡령이 예사로 저질러졌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만 5개 사업에 1억3815만원가량이다. 자총은 2010년 전국 민주시민교육 운영, 아동 안전지킴이 운영, 대학생 나눔 활동 운영으로 각각 5279만원, 921만원, 8515만원 등의 국고보조금을 받았지만 이를 '글로벌리더연합 전국포럼' 행사에서 식비로 유용했다. 같은 해 진행된 아동 안전지킴이 운영 사업 예산 중 3043만원은 경리팀장이 허위 회계처리 후 개인 계좌로 이체해 마음대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에도 '내 고장 Hero Korean(영웅) 찾기' 사업 명목으로 지급된 예산 중 2200만원을 장학금으로, 1520만원을 창립 기념영상물 제작비로 각각 전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시중 가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홍보용 물품을 구매해 1568만원을 더 쓰는가 하면 1억원 이상은 경쟁 입찰하게 돼 있음에도 수의계약 처리해 예산을 낭비했다. 인사위원회의 의결 없이 직원을 해고하는 등 인사와 관련된 내부 규정 위반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안행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사무총장 등 관련자 3명을 검찰에 고발해 불구속 수사 중이다. 또 자총 측에 관련자에 대한 징계 및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하는 한편 지도ㆍ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2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삭감했고, 내년에도 다시 약 2억원을 줄이는 등 패널티를 줄 예정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담당자들에 대한 문책 규모는 곧 정해질 예정인데 숫자가 많을 것"이라며 "부당 사용된 액수를 환수하는 등 유사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강도 높은 개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처분에 대해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일반 비정부기구(NGO)들은 실수로 비슷한 일을 당할 경우 혹독한 처벌을 받는 것에 비해 너무 징계 수위가 낮다"며 "개혁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국고 지원을 중단한 후 여야 또는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 다시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사무처장은 이어 "법에 의해 운영비를 지원받는 3대 관변단체들은 더욱더 강력하게 독립적이고 공익적으로 운영돼야 하지만 그동안 전혀 그렇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검찰이 이번 고발 건은 물론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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