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역사 왜곡 논란 말고 드라마에 집중해야

[아시아경제 장영준 기자]역사 왜곡 논란으로 MBC 새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는 시작부터 시끌했다. 제작발표회가 열린 지난 24일 제작진을 향한 질문 역시 '역사 왜곡 논란'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제작진은 "픽션 사극이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기황후'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게 된 건, 당초 배우 주진모가 맡아 연기하기로 한 충혜왕 캐릭터 때문이었다. 충혜왕은 역사적으로 방탕한 생활과 패륜을 저지른 것으로 기록돼 있어 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상황. 이러한 충혜왕을 영웅으로 미화시키려던 '기황후'는 논란이 불거지자 충혜왕을 가상 왕인 왕유로 변경했지만 대중의 따가운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한희 PD는 "우리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픽션이다. 퓨전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사실 실존 인물도 많이 나오고 실제 사건들도 등장한다. 역사적 기록에 근거한 것들이다. 이런 부분들은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하지만, 핵심적인 이야기는 거의 다 창작이다. 기황후에 대한 기록 자체가 단촐하고 원나라의 역사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주진모의 배역이 바뀌기 전에도 그 인물의 역사적 발자취를 더듬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논란과 우려의 시선이 많아 캐릭터를 바꾼 것이다. 드라마를 보시면 내 얘기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대본을 집필한 장영철 작가도 말을 보탰다. 장영철 작가는 "하지원이 연기하는 기승냥이라는 인물의 이름도 우리가 창작한 것이다. 기황후에 대한 이야기를 드라마로 하려고 했는데, 사료가 적어서 처음부터 가상 역사라는 걸 공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드라마의 70% 이상은 허구의 인물들이다. 요즘 역사 문제가 민감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고려의 왕도 가상의 인물로 대체한 것이다. 우리는 귀를 크게 열고 들을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완성도 있는 대본과 높은 퀄리티로 시청자들을 만나는 것이다.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사극이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사용하고 있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극'일 뿐이다. 극적 효과를 위해서는 소재의 변용이 있을 수 있지만, 드라마의 영향력이 커진 요즘 이러한 극적 허용은 조금씩 그 한계가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극 역시 드라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드라마를 드라마로 보고 즐길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한 것은 아닐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의 역사를 올바로 보고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역사의 한 부분을 소재로 극적 장치를 가미해 만든 드라마 역시 드라마로 보는 눈높이가 필요하지 않을까.장영철 정경순 작가는 "우리가 기황후를 드라마로 만들겠다고 했을 때는 역사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번 논란에 대처하기 위해 '기황후'가 가상역사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라며 "작가의 판단에 따라 어느 부분을 창작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역사적인 부분을 밝히기 위해 20회 30회를 끌고갈 수는 없다. 하지만 기황후를 소개하는 드라마인만큼 그의 안 좋은 부분들은 말미에 밝힐 예정이다"라고 전했다.장영준 기자 star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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