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경선칼럼]'투 잡 공무원'과 '알바 공무원'

지방의 한 보건소장이 2010년부터 지난 7월까지 민간 병원에서 돈을 받고 야간 당직을 서다 지난달 정부 공직감찰에서 들통이 났다. 3년간 202차례나 일하며 4580만원을 받았다. 인천 출입국관리사무소 한 직원은 지난해 12월 서울에 사무실을 차리고는 중국인 취업을 알선해오다 최근 경찰에 적발됐다. 신용정보회사의 채권 추심인으로 일하다 검찰에 붙잡힌 지방 세정 공무원도 있다.  영리업무와 겸직금지 의무를 어기고 불법 '투잡(two-job)'을 한 일부 공무원 얘기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떳떳하게' 투잡을 하는 공무원을 볼 수 있을 듯하다. 정부가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경우 영리업무와 겸직 허용 범위 확대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영리성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현행 규정을 시간제 공무원에 한해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예외를 두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배경은 이렇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내년부터 2017년까지 4000명의 7급 이하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뽑기로 하고 '공무원임용령' 등 관계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들은 하루 4시간, 일주일에 20시간을 근무한다. 업무 특성에 따라 단축 또는 연장 근무가 가능하다. 시간대도 오전, 오후 등을 택할 수 있다. 대우는 전일제 공무원과 같다. 보수는 물론 승진에 필요한 최저 근무연수도 근무시간에 비례해 인정받는다.  하지만 정부 공언과는 달리 신분은 마치 '반쪽짜리 공무원' 같다. 공무원연금에 가입할 수 없는 점이 그 한가지 이유다. 공무원 연금은 전일제 공무원만 가입 대상이다. 시간제 공무원은 일반 직장인처럼 국민연금을 들어야 한다. 전일제 공무원으로 전환을 원할 경우도 문제다. 신규 채용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공무원이라면서 공무원연금에 가입할 수도 없고 사실상 전일제 전환도 막혀있는 것이다. 짧은 시간 일하니 월급도 적은 데다 신분상 차별을 받는 시간제 공무원을 누가 선호할 것인가. 정부가 꾀를 낸 게 영리업무와 겸직 확대 방안이다. 국가공무원법 제64조는 공무원의 영리업무 및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는 경우 등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규정을 고쳐 시간제 공무원에 대해서는 이를 확대해 전일제 공무원의 절반에 불과한 월급, 신분상 불이익을 보전해 주자는 꼼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투잡을 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울 테니 겸직 금지 조항을 풀어주자는 현실론이다. 정부 스스로 시간제 공무원 제도의 문제점을 자인한 꼴이다.  그러나 공무원의 투잡 허용은 신중하게 접근할 일이다. 적다고 해도 월급을 국민 세금으로 받는 공무원은 공무원이다. 업무와 연관된 일을 할 경우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할 우려가 있다. 자칫 공무원 자리가 '알바'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본래 의도에도 어긋난다. 시간제 공무원이 다른 일자리를 갖게 되면 결과적으로 다른 이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아닌가. 전체 고용의 양이 늘어나는 게 아니니 일자리 창출은 공수표가 될 뿐이다. 여성과 장애인, 노령 인구를 활용하겠다는 취지도 빛이 바랠 게 뻔하다.  공무원의 투잡 허용 방침은 재고하는 게 바람직하다. 시간제 공무원이 말 그대로 '반듯한 양질의 일자리'로 뿌리내리도록 하려면 원칙을 허무는 편법을 쓸 일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전일제 공무원 같은 대우를 하는 정공법을 택하는 게 옳다. 시간제 공무원도 연금 가입 대상으로 하고 전일제 전환도 보다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것은 허울이 되고, 자칫 '알바 공무원'만 양산할 우려가 있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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