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 정부의 일시폐쇄(셧다운) 사태가 1주일을 넘기고 있지만 워싱턴의 정치권은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공방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셧다운 장기화는 물론 향후 국가부채 증액 협상 실패로 인한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한 우려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셧다운에 대한 빗발치는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은 지난 주말에도 지루한 공방만 이어갔다. 공화당의 대여 투쟁을 지휘하고 있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6일(현지시간) 오전 ABC 방송의 시사프로그램 '디스위크'에 출연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채무가 늘어난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부채상한을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 행정부가 진지한 대화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채무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지금 하원 내에서는 '순수하게' 부채증액안을 통과시킬 만한 충분한 표가 없다"고 밝혔다. 베이너 의장은 또 "공은 오바마 대통령의 코트에 넘어가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언제든지 전화해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 그는 내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며 백악관을 압박했다. 베이너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공화당 지도부의 기류가 강경하게 선회했음을 의미한다. 지난 3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들은 베이너 의장이 동료 공화당 의원들에게 "디폴트는 막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문제는 민주당에 맡겨 표결로 해결할 생각이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이후 워싱턴 정가에선 베이너 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가 최근 셧다운 사태에 대한 비판과 책임론에 대해 부담을 느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소한 미국 정부의 디폴트만이라도 피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베이너 의장의 발언은 공화당의 기류가 다시 바뀌었음을 확인해주는 내용이었다. 백악관과 민주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같은 방송에 출연했던 민주당 중진인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즉각 "머리에 총을 들이대고 협상하라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은 이미 수차례 "예산안이나 부채 협상을 볼모로 한 어떤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미 정치권의 재정 관련 협상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이런 가운데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이날 CNN와 NBC 등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미국이 제때 채무를 갚지 못하면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부도 사태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국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하루에 500억∼600억달러의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미국 정부가 보유한 현금은 300억달러 정도로 오는 17일이면 모두 바닥난다"고 밝혔다. 특히 루 장관은 공화당을 겨냥해 "의회는 (국가 채무를 두고) 불장난을 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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