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13만원 지급…국산 스마트폰 못 미치는 기술력, 가격 경쟁력 약화, 아이폰5s 대기수요 영향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아이폰이 실종됐다. 이동통신 판매점에서 판매 실적이 바닥을 헤맨다. 한때 '아이폰 쇼크'를 일으킬 정도로 파괴력이 높았지만 '아이폰5'가 출시된 지 8개월이 지난 지금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신형 '아이폰5s' 출시를 앞두고 대기 수요가 발생한 탓도 있지만, 국산 스마트폰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혁신에 관한 애플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진 데다 열악한 보조금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26일 본지가 서울 명동, 을지로, 종로 일대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들을 돌아본 결과 아이폰 판매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A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는 "아이폰은 마니아층이 굳어진 제품이어서 새로운 수요가 생기기 힘들고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도 아이폰으로 옮기려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아이폰5는 하루에 한 대도 안 팔리는 날이 많고 한 달에 10대 정도 팔릴까 말까 한다"고 말했다. B 매장 직원도 "애플은 판매 장려금을 싣지 않고 이통사도 아이폰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며 "국산 스마트폰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보조금까지 없으니 아이폰을 찾는 손님이 뚝 끊겼다"고 설명했다. 판매점에 따르면 아이폰5에는 보조금 13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4 LTE-A', LG전자 'LG G2', 팬택 '베가 LTE-A' 등에 20만원대 초반의 보조금이 실리는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이통사들이 아이폰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아이폰 판매량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휴대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아이폰은 83만대가 판매됐으나 올해는 8월 기준 53만대가 팔렸다. 월별 판매량 기준 지난해 6만9166대에서 올해 6만6250대로 줄어든 셈이다. 올해 휴대폰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작아지긴 했지만 애플은 시장 점유율도 감소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애플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9.6%, 올해 1분기 6.2%, 2분기 3.6%로 감소 추세다. 국내 제조사들이 최신 기술과 성능을 앞세운 스마트폰을 쏟아내는 데다 설상가상으로 올 초부터 휴대폰 시장 냉각기가 지속되면서 아이폰 판매량과 점유율이 모두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이통사들이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 서비스를 상용화한 이후 LTE-A 가입자 확보에 나서면서 LTE를 지원하는 아이폰5에 보조금을 투입하기 어려워진 환경도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9월 아이폰5s 공개를 앞두고 대기 수요가 발생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지만 과거 같은 '아이폰 쇼크'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현용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소비자는 대화면을 선호하는데 애플은 작은 크기만 고수하는 등 국내 시장 니즈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애플도 중국과는 달리 국내 시장 공략에는 큰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아 국내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거나 국산 스마트폰이 주도하는 판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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