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고가 아파트 전세가율 70% 이상 급등집주인 융자 있어도 반전세로 전셋값 안 내려신도시 전세사는 강남집주인이 전셋값 올려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경(사진 박미주 기자)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전세 매물은 씨가 말랐다. 전세 재계약이 90%나 돼 더 매물이 없다. 1년 전보다 1억원 이상 올랐지만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집주인 융자가 없는 매물은 바로 나가고 아니면 반전세로 나오는데 이마저도 금방 나간다."(송파구 잠실동 H중개업소 대표)서울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70%를 넘어섰다. 아파트값이 떨어지니 매입하지 않고 전세살이만 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학군 등으로 전세살이 비중이 높은 강남권 집주인들이 수도권 전세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84㎡(이하 전용면적 기준)는 전세가율이 72%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지난 7월 9억원에 매매됐다. 같은 달 가장 비싸게 거래된 전셋값은 6억5000만원이다. 지난해 7월 가장 비싸게 거래된 이 아파트 전셋값은 5억3000만원으로 1년새 1억2000만원이나 올랐다.
부동산 매물표 (사진 박미주 기자)
인근 B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집주인이 담보대출을 받지 않은 물건이면 대부분 나오자마자 바로 임차인을 찾는다"고 말했다.자녀교육 등으로 이사하지 않고 전세 재계약을 하다보니 전세매물이 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B공인 관계자는 "강남권은 학군과 자녀 교육 때문에 이사하지 않고 전세 재계약하는 비율이 90%"라며 "아무리 집주인이 전세가격을 올려도 교육 때문에 이사할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재계약한다"고 전했다.고가 아파트의 대명사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이 곳 한 전세 세입자는 "2009년 입주할 때 6억8000만원 줬는데 지금은 9억원 이상 달라고 한다"면서 "그래도 학군이 좋아서 계속 전세 보증금을 주고 살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있어서 돈이 있지만 매입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아파트 84㎡ 전세가는 9억원 이상으로 9억5000만까지도 나왔다. 매매가는 12억원가량으로 전세가율은 80%에 육박한다.세입자들은 융자 없는 전세매물을 선호한다. 이에 중개업소에서는 '융무'라며 융자 없는 매물임을 강조하고 있다. 융자가 없을 경우 전셋값이 가장 비싸다.하지만 융자가 있더라도 전셋값이 집주인 빚이 있는 만큼 싼 것은 아니다. 잠실동 H중개업소 관계자는 "트리지움 84㎡ 전셋값 평균이 융자 없을 때 5억원인데 집을 담보로 대출 받은 집주인들은 전세 보증금을 4억1000만원으로 내리면서도 시세 차액분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으려고 한다"면서 "보증금 4억1000만원에 매달 50만원씩 받는 반전세 형태로 매물을 내놓고, 세입자들은 전세매물이 없으니 이런 매물이라도 계약한다"고 설명했다.강남 전셋값 상승 현상은 강북과 수도권 외곽으로까지 번져나가는 모양새다. H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권에서 재건축한 새 아파트들의 집주인들은 자기 집을 전세 내주고 용인 등지로 나가 산다"면서 "그쪽 전셋값이 오르면 이를 그대로 강남권 세입자들에게 전가해 전세금을 올려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세입자는 강북에 집이 있는데 학군 때문에 이쪽으로 왔다"면서 "이쪽에서 오른 전세금을 강북 전세입자에게 받아서 충당했다"고 했다. 강남권 전세고공 현상이 수도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6억원 이상 전세 귀족들은 집을 살 필요 없이 매매가보다 못한 가격에 비교적 좋은 새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팀장은 "저금리 기조로 전세 매물을 월세 매물로 전환하면서 전세 물량이 부족해졌고 특히 수도권 전셋값에 불이 붙은 양상이라 전셋값 상승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경(사진 박미주 기자)
박미주 기자 beyon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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