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명품 브랜드들이 하나둘 외국에 팔려 나가고 있다. 특히 과거 강력한 경쟁상대였던 이웃 프랑스의 명품업체가 지난 수년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이탈리아 내부에서는 자존심 문제까지 거론되는 모습이다.14일 코트라 밀라노무역관이 정리한 자료를 보면 이탈리아 명품브랜드로 캐시미어 제품을 만드는 로로 피아나는 최근 프랑스 명품업체 LVMH에 넘어갔다. 전 세계 명품 브랜드의 4분의 1을 갖고 있는 LVMH는 이번에 로로 파아나의 지분 80%를 20억유로에 인수했다. 나머지 20%는 이 회사의 공동경영자인 피에르 루이지와 세르지오 형제가 계속 보유하면서 경영권을 이어가기로 했다.이번 M&A가 눈길을 끄는 건 로로 피아나의 최고경영진이 현지 패션ㆍ의류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피에르 루이지는 이탈리아 최대 섬유전시회인 밀라노 우니카의 회장을 지낸 후 아직 상임위원으로 있다. 이탈리아 모직산업 전시회인 이데아벨라 회장도 맡고 있다.세르지오 역시 최근 이탈리아 국립 패션회의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이탈리아의 역할을 강화하고 자국 내 산업을 보호하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자리다. 코트라는 "힘들게 키운 알짜배기 이탈리아 브랜드를 외국에 다 뺏기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있다"면서 "현지 섬유ㆍ패션 산업계에서 중요한 정치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단 사실에 현지업계는 당혹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최근 매각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상당수는 프랑스 업체가 사갔다. 수년 전 글로벌 패션ㆍ의류산업의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던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으로 느껴질 법하다. LVMH는 로로 피아나에 앞서 지난달 말 밀라노의 유명 제과점 코바를 1500만유로에, 지난 2011년에도 명품 보석업체 불가리를 인수했다. 펜디ㆍ에밀리오 푸치ㆍ아쿠아 디 파르마 등 보석에서부터 가방ㆍ향수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탈리아 브랜드를 사들이고 있다.같은 프랑스 국적의 케링(전 PPR그룹)도 구찌ㆍ보테가 베네타ㆍ브리오니ㆍ포멜라토ㆍ리처드 지노리 등 이탈리아 브랜드를 잔뜩 사들였다. 이밖에 카타르 왕실이 패션브랜드인 발렌티노ㆍ미소니 등을 비롯해 각종 호텔ㆍ리조트를 인수했다.이탈리아 현지에서는 이처럼 자국 유명 브랜드가 하나둘 팔려나가는 걸 두고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현지 무역관 관계자는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유명 브랜드가 하나하나 해외로 매각돼 이를 지켜보는 현지업계는 당혹감과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경제침체 속에서 이탈리아 브랜드 해외매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최대열 기자 dy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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