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상반기 마감 실적이 영 시원찮다. 6월 수출은 467억3300만달러로 지난해 6월보다 0.9% 줄었다. 지난 2월에 이어 넉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딱 1%로 벌써 8개월째 1%대 저물가 행진이다.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는 수출이 부진한 데다 내수마저 위축돼 물가 상승률이 낮게 나타나는 것이다. 경제가 활력을 잃고 거의 시체처럼 기진맥진한 모습이다. 6월을 포함한 올 상반기 수출 증가율은 0.6%. 그나마 갤럭시ㆍ옵티머스 등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무선통신기기(증가율 30%)와 가전제품(10.3%) 수출이 잘된 덕분이다. 전통적인 수출 주력 업종인 선박(-25.3%)ㆍ철강(-11.9%)의 수출은 급감했다. 일본의 엔저 여파로 자동차와 기계류(각각 -1.7%) 수출도 고전했다. 무역수지가 흑자라지만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수입이 더 크게 줄어 나타나는 달갑지 않은 '불황형 흑자'다. 하반기에도 수출 여건은 그리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대일본 수출이 11.5% 감소했는데 하반기에도 엔저 후폭풍은 계속 불어 댈 것이다. 우리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경제도 제조업 경기 둔화와 신용경색 등으로 예전 같지 않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예고된 가운데 환율 변동성이 큰 것도 수출 전선에는 불안 요소다. 효자 수출품 스마트폰의 성장성 또한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선진국 시장은 거의 포화 상태이고 중국ㆍ인도 등 신흥국에선 수익성이 떨어지는 중저가폰이 많이 팔린다. 화웨이ㆍ레노버 등 중국 업체의 스마트폰 제조 기술이 어느새 우리 기업의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하반기로 갈수록 나아질 거라며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 하반기 경제운용계획도 한가롭기 짝이 없다. 대선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선언만 있지 박근혜정부가 강조하는 '창조적인'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출 부진이 쉽사리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보다 실질적인 내수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진맥진한 경제를 되살리려면 정부부터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정치권은 소모적 정쟁을 끝내고 경제 회생을 위한 법안 심의를 서둘러야 한다. 막대한 현금을 쌓아 두고 있는 대기업도 적극적으로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