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긴장감 없는 하반기 경제운용계획

올해도 절반이 훌쩍 지나갔지만 기대했던 경기 회복세는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세계경제는 요동치고 기업은 투자를 망설인다. 서민의 고통은 여전하다. 하반기에는 경제가 좀 나아질까. 정부와 기업, 가계 모두 경기가 되살아나기를 고대하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오늘 정부가 내놓은 '201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도 경제난국을 타개할 뚜렷한 방책과 비전은 잡히지 않는다.  정부는 하반기에 추진할 핵심정책 과제의 첫머리에 '3%대 성장 회복'을 올려놓았다. 적극적인 거시정책과 내수ㆍ수출 여건의 개선을 통해 경제 회복세를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당초보다 0.4%포인트 높은 2.7%로 잡았다. 문제는 정부가 내세운 '상저하고(上低下高)' 성장률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 현실은 더 어려워졌으나 정책은 빈곤하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대 후반으로 끌어올린 것은 17조원에 이르는 추경예산 편성의 효과다.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 성장 동력을 되살릴 새롭고 힘 있는 조치는 눈에 띄지 않는다. 공공기관과 민간투자의 확대, 중소기업 지원 강화, 주택시장 정상화 등을 제시했으나 늘 하던 얘기로 실효적 효과가 불투명한 안이한 발상이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돈을 쌓아 놓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기업의 현실 아닌가.  정부는 하반기를 전망하면서 '경제 회복 조짐이 있으나 불투명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물에 물 탄 듯한 현실 진단이다. 글로벌 경제는 버냉키 쇼크에 중국경제의 불안이 기름을 붓고 있는 형국이다. 유럽 경제의 회복은 요원하고, 아베노믹스로 살아나는 듯했던 일본경제도 다시 주저앉고 있다. 우리도 투자 부진은 물론 이달 들어 수출까지 붉은 등이 켜졌다. 이런 상황에서 뾰족한 정책 수단 없이 성장세를 회복하겠다고 정부는 공언한다. 세계경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정책 선택의 폭이 좁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럴수록 정부는 긴장감을 높여 시의성 있고 효율적인 정책을 찾아내고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기업 투자만 해도 경제부총리가 경제단체장을 만나 호소하는 식으로 풀리겠는가. 과감하며 창의적인 경제회복의 모멘텀을 마련, 저성장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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