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영규 기자]경기도가 에너지 절감을 위해 1800여 만원을 들여 설치한 '피아노 소리가 나는 계단'을 준공 3일만에 중단하고, 바로 옆자리에 있는 사람과 실적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어폰을 낀채 화상회의를 해야 하며, LED등으로 교체한 사무실 직원에게 소등 스위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인 휴대용 리모컨을 별도로 지급하는 등 '보여주기식' 황당행정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기도 공직자들 사이에 급속도로 주인의식이 사라지면서 '황당한' 전시행정만 판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임기말 '레임덕'과 연결시키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국민적 관심사인 에너지 절감과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지난달 19일 도청 제3별관에 '피아노 계단'을 설치했다. 피아노 계단은 사람이 계단을 밟을 때마다 불빛과 함께 피아노소리가 난다. 도는 직원들의 관심을 피아노 계단으로 유도해 엘리베이터 사용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이 사업을 추진했다. 피아노 계단은 1800만원이 투입돼 3주간의 공사를 거친 뒤 이달 7일 준공됐다. 그러나 이 피아노 계단은 어찌된 일인지 준공 3일만에 불이 꺼졌다. 도가 피아노 계단에 사용하는 에너지마저 아껴야 한다며 지난 10일부터 운영중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도의 '황당행정'은 또 있다. 도는 청사 형광등을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으로 교체하면서 이 등이 설치된 부서 직원 700여 명에게 소등용 리모컨을 따로 지급했다. 같은 부서라도 일하지 않는 자리의 LED 등을 개인이 리모컨으로 소등함으로써 에너지와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LED 소등 스위치는 부서별로 설치돼 있는 상황에서 별도로 개인들에게 휴대 리모컨을 지급한 것은 예산낭비라는 지적이다. 그런가하면 '스마트오피스'도입으로 화상회의가 부서별 실적평가의 중요한 잣대가 되면서 최근 들어 바로 옆자리에 있는 직원과 화상회의를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연출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해프닝이 빚어지면서 화상회의동안 정작 중요한 전화를 받지 못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는 이 제도를 악용해 의정부 북부청사로 출근해야 하는 공직자들이 수원 본청의 스마트오피스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스마트오피스가 출근 편법까지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나아가 정작 화상회의가 필요한 실·국장들은 지난 4월 김성렬 전 행정1부지사가 안전행정부로 떠난 뒤 2개월 동안 한 차례도 화상회의를 하지 않고 있다. 도 관계자는 "지금 도청 곳곳에서 말도 안되는 보여주기식 황당행정이 판을 치고 있다"며 "최근 상황만 놓고 보면 도청에는 주인의식을 가진 공직자는 거의 없는 거 같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예전에도 보여주기식 행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상황은 심각하다"며 "일부에서는 벌써 김 지사의 레임덕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이영규 기자 fortun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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