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화통, 털털, 자유분방”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애써 꾸미지 않고 살아갈 것 같은 느낌” “할 말은 하고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잘 웃고 건강한 사람” 대중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공효진의 이미지는 그랬다.그는 지난 2001년 드라마 ‘화려한 시절’에서 질겅질겅 껌을 씹는 버스안내양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혜성같이 등장한 이 배우는 보통의 여배우들처럼 눈을 내리깔고 ‘예쁜 척’을 하지도 않았고, 가식적인 눈웃음을 흘리지도 않았다.그런 점이 십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비결이기도 하다. 물론 공효진은 좀 더 성숙해졌고, 좀 더 아름다워졌다. 영화 ‘고령화가족’의 미연으로 돌아온 그는 세 번이나 결혼을 하며 뜨거운(?) 여자로 변신에 나섰다. 엄마 윤여정과 큰 오빠 윤제문, 작은 오빠 박해일까지 네 명의 배우는 프레임 안에서 한 가족 같았다. 때로는 티격태격하며 싸우기도 하고, 애정 어린 욕설이 오가고, 거실에 모여앉아 고기를 구워먹는 모습은 가족이 아니라고 하는 게 더 이상할 만큼 자연스러웠다.“진짜 그냥 생활처럼 계속 밥 먹고 찍고, 자고 찍고, 다시 자고 그랬어요.(웃음) 진짜 오빠들 같더라고요. 천안 세트에서 촬영을 했는데 오빠들과 엄마는 계속 거기 계셨고, 저는 왔다 갔다 하면서 찍었어요. 낯선 곳에서 잠을 잘 못 자거든요. 그래도 큰 불편함은 없었어요. 너무나 편안한 현장이었죠.”
출연진의 환상적인 호흡은 영화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공효진이 오빠 윤제문에게 욕설을 내뱉는 장면조차 너무나 자연스럽다. “생각보다 욕설이 세지 않더라”는 기자의 말에 공효진은 눈을 크게 뜨며 “그럼 대체 뭘 기대한 거냐. 난 엄청 세다고 생각한다”며 크게 웃었다.사실 공효진의 실제 언어생활은 극중 미연과는 180도 다르다. 그는 비속어를 잘 쓰지 못한다. 그런 모습에 적응이 영 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효진은 학창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탓도 큰 것 같다며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요즘 아이들은 좀 더 강한 언어를 쓰고 친구들끼리 욕도 하고 그러잖아요. 저는 그런 게 강하지 않던 때에 학창시절을 보냈고, 특히 한국에서는 중학교 초반의 기억 밖에 없어서 그런 걸 몰랐어요. 호주 갔다 와서 복학했는데 한 애가 선생님이 뭐라고 하니까 발로 차고 나가버리더라고요. 인문계인데 날라리도 아닌 애가 그런 걸 보고 충격 받았죠. 사실 전 그렇게 막 드센 사람은 아니에요. 초반 등장이 그래보였나 봐요.(웃음)”공효진은 대중이 매스컴을 통해 인식하고 있는 이미지 보다 더 여성스럽다. 화통하고 발랄해보이지만 여린 구석이 있고 배려심도 많은 편이다. 화도 잘 내지 않는다. 극중 미연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미연은 불합리한 상황을 겪거나 기분 나쁜 말을 들으면 참지 못하고 덤벼드는 캐릭터. 어쩜 달라도 이리 다를까 싶다.
“사실 제가 조신하고 얌전한 타입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뾰족하게 날이 서 있거나 말을 그렇게 함부로 내뱉는 타입은 아니거든요. 성격이 좀 급한 건 있어요. ‘이렇게 저렇게 하자’고 상황 정리를 잘해요. 그런데 친구들은 저보고 ‘완전한 A형’이래요.”“게다가 전형적인 장녀 타입”이라고 덧붙이는 공효진은 어릴 적 귀찮을 정도로 아빠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단다. 엄마는 다소 냉랭한 편이어서 떼를 쓰는 게 소용이 없었다며 웃었다. 남동생은 집에선 순했지만 이상하게 밖에서 사고를 많이 쳤다. 동생은 걱정스러웠지만, 집에서도 ‘효진이는 알아서 잘 하니까’라고 생각하며 크게 간섭을 하거나 혼내지 않았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공효진의 눈빛이 아련해졌다. 인생의 주머니 속에서 하나씩 꺼내는 그의 가족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왠지 마음이 따뜻해졌다. 더불어 ‘고령화가족’ 속 끈끈한 가족도 슬며시 떠올랐다. ‘가족’은 그렇게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는 힘이며 개개인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배우 공효진의 등 뒤에도 굳건하게 가족들이 버티고 있었다. 미연의 뒤에 한모와 인모 그리고 엄마가 있었던 것처럼.유수경 기자 uu84@사진=송재원 기자 sunny@<ⓒ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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