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놓고 남북의 제시할 카드는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개성공단에 체류중인 7명이 북한과의 미수금 정산 문제 처리를 위해 당분간 현지에 남아 있게 됐다. 정부의 방침인 '완전철수'에는 차질이 빚어졌지만 이들의 체류 기간에는 '개성채널'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개성공단 사태의 새로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대북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개성공단 문제로 남북관계가 대화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 긴장국면이 지속될지 의견이 분분하다. 긴장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대북전문가들의 의견은 '북한의 남측재산 동결.몰수→남측의 단수.단전→북측의 군부대 전진배치'의 시나리오다. 북한이 제시한 미지급 급여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개성공단은 4년 넘게 중단된 금강산처럼 '폐쇄'라는 비참한 운명을 맞을 수 있다. 대북전문가들은 금강산관광처럼 북한이 경제적 이득 보다 체제유지를 최우선시 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은 지난 2008년 박왕자씨 피살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관광의 남측재산에 대해 동결ㆍ몰수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남측 정부와 기업간에 보상체계를 놓고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수 있다. 개성공단에는 그동안 우리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순수하게 쏟아부은 약 2조5000억원이다.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액은 약 1조원 안팎이지만 총 투자액 5568억원도 손실도 불가피하다. 이에 정부에서는 금강산관광지역을 북한이 중국 여행업체를 이용해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단수.단전조치를 내릴 수 밖에 없다. 개성공단의 전기는 100% 남측발전소에서 보내진다. 경기도 파주의 문산변전소에서 보낸 전기를 우리 측에서 지어준 개성 평화변전소가 받아 공단 내 각 기업에 보낸다. 또 수자원공사에서 지은 개성공단 내 정수장은 그동안 하루 2만1000t의 식수를 생산해 공장에 7000t, 개성시내에 1만4000t을 공급하고 있다. 남한 기준으로는 4만 5000명 분량이지만, 개성시에서는 10만여 명이 쓰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단수 조치가 이뤄지면 개성시 가구의 4분의 1 정도가 식수난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서로 압박카드를 제시할 경우 군사적인 움직임도 불가피하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가 장기화하면 북한이 대남 압박 차원에서 군부대를 개성공단 인근 지역으로 전진배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도 지난 27일 "개성공업지구가 폐쇄되면 막대한 손해와 피해를 볼 것은 남측이며 우리는 밑져야 본전"이라며 "우리는 그동안 내주었던 개성공업지구의 넓은 지역을 군사지역으로 다시 차지하고 남진의 진격로가 활짝 열려 조국통일 대전에 더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북한의 입장에서는 군사적인 대치상황이 올 경우 개성공단를 군사적 요충지로 사용할 수 있다. 이때문에 개성과 판문점 인근에 부대를 전력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03년 12월 개성공단 착공 이후 개성과 판문점 인근에 주둔하던 북한군 6사단과 64사단, 62포병여단을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 일대로 재배치했다. 6사단에는 북한군 주력 '천마호' 전차와 장갑차 대대가 있고, 62포병여단은 수도권을 겨냥한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로 무장하고 있다.만약 북한이 개성공단 체류인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군부대를 전진배치할 경우 우리정부는 인질극으로 간주할 수 도 있다. 북한은 행동조치 경고를 통해 북남관계에서 제기된 모든 문제를 전시법에 따라 처리한다고 선포한 적도 있다. 전시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은 전시에 적국의 자산동결은 물론 적국인원을 억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북한이 개성공단내 남측근로자를 상대로 한 인질극사태를 벌일 경우 남북간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테러진압은 상황별에 따라 구출시나리오가 틀려지지만 크게 인질억류지역 통로개척, 협상단계, 협상 실패시 인질납치범제압 3단계로 구분한다. 하지만 개성공단처럼 인질이 많을 경우 대규모 군사작전이 불가피하고 결국 전면전에 치닫는다는 판단이다. 군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공중통제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제공권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대공화기부대타격은 물론 전투기기지 타격까지 감행해야한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인근 북한군의 대규모 개입을 막기 위해 미군의 A-10 대지(對地) 공격기와 AH-64 '아파치' 공격용 헬기 등이 출동한다. 최종적으로 인질 수송을 위해 MH-60 특수 작전용 헬기 등을 동원한다는 시나리오다. 정부관계자는 "군부대 재배치는 공단 폐쇄를 전제로 하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쉽게 마지막카드를 제시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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