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영기자
팬택 상품기획팀의 조한연 차장(오른쪽)과 배정헌 사원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베가 아이언 금속 테두리만 1만개 이상 폐기처분을 했어요. 최고 품질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요"지난 2년간 팬택 베가 아이언 개발 과정에는 항상 '불가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5번의 설계 변경, 10번의 디자인 변경 끝에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베가 아이언의 비밀병기인 끊김 없는 금속 테두리(엔드리스 메탈) 개발에 성공했지만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디자인적 완성도를 높이는 또 다른 난제가 남아 있던 것.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택 사옥에서 만난 상품기획팀의 조한연 차장은 "개발 과정을 되돌아보니 참으로 다사다난했다"고 털어놨다.조 차장은 "엔드리스 메탈을 찍어낸 이후에는 일일이 사람 손으로 메탈 표면의 결을 정돈하고 가느다란 줄무늬인 헤어라인을 넣는다"며 "일일이 수작업을 거치는 데다 한국, 중국 등 각국에서 여러 금형업체들에 생산을 맡겨 동일한 수준의 품질을 구현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워지자 관련 부서간 격론도 벌어졌다. 그는 "'소비자가 보기에는 차이를 느낄 수 없으니 일정 수준에서 타협하자'는 의견과 '보이지 않는 곳까지 최고의 품질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견이 맞섰다"며 "결국 후자의 의견으로 결론을 냈고 초기 생산한 메탈을 1만개 이상 폐기한 끝에 모든 업체가 최고 품질의 생산 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팬택은 베가 아이언의 국내 판매 목표만 200만대 이상으로 잡은 상태다.이전 과정인 개발상의 어려움은 더했다. 휴대폰에 메탈 소재를 적용할 경우 아이폰과 같은 안테나 게이트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배정헌 사원은 "메탈을 적용하면 손으로 휴대폰을 쥘 때 인체 전기가 메탈로 전도되고 이로 인해 전파 수신이 방해돼 통화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아이폰처럼 메탈 테두리를 중간에 끊으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디자인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여자 손과 남자 손, 유리창이 있는 방과 없는 방, 사람들이 많은 강남역과 한산한 곳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조건과 환경을 놓고 시뮬레이션을 돌렸다"며 "3만번의 시뮬레이션 끝에 각각의 조건마다 통화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전파값을 찾았고 결국 엔드리스 메탈 적용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