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달러와 유로에 대한 원화가치가 상승한 지난해 4ㆍ4분기 삼성전자의 환차손은 3600억원에 달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역시 지난해 환율로 인해 영업이익이 각각 11.7%와 49.6%나 급감했다. 수출채산성이 떨어지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ㆍ기아차가 어려움을 겪자 당시 원달러 환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5개월여가 지난 후인 최근, 걱정은 엔저로 옮겨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달러에서 엔화 걱정으로 단순히 옮겨간 것 같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걱정의 정도가 크게 다르다. 달러나 유로는 한국기업의 수출채산성을 떨어뜨리는 수준에 그치지만 엔화는 한국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말 그대로 치명타다. 삼성전자는 올해 엔저로 총 3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이 증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산성 수준을 넘어 기업의 성장을 위협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달러와 유로 환율이 한국기업의 수출채산성 문제라면 엔 환율은 한국경제의 실질성장률과 잠재성장률 문제다.그나마 삼성전자는 나은 편으로, 현대기아차, 포스코를 비롯한 대기업은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일본 기업의 공세에 밀리고 있다. 중소기업이 느끼는 위협은 더 크다. 자칫 한국경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우리나라 100대 주력 수출품중 전반에 달하는 49개 품목이 일본 제품과 경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크다.엔저의 위력은 이미 경합품목 49개중 24개에 영향을 주고 있다. 24개 품목의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 중이다.반면 일본은 21개 품목이 지난해 마이너스 수출 증가율에서 올해 플러스로 전환했다.엔저가 지속될 경우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무엇보다 엔저는 '대기업 수출채산성 및 수익감소→중소기업 매출감소 및 이익감소→원고(高)→한국경제 성장 둔화→세수감소→정부 재정적자'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산업계가 엔화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지난해 하반기 달러와 유로화 대비 원화 가치가 급속도로 오르면서 심화됐던 원고 현상은 올 들어서는 다소 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엔저가 지속될 경우 원화의 평가절상은 시간문제다.재계 관계자는 "엔저의 공습은 단순히 수출채산성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한국경제의 미래에까지 영향을 준다"며 "엔저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박민규 기자 yush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박민규 기자 yushin@<ⓒ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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