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지는 클리브랜드 47도짜리부터, 퍼터는 오딧세이 '변형 말렛'
박인비의 클리브랜드 '588투어액션' 웨지(왼쪽)와 오딧세이 '화이트아이스 세이버투스' 퍼터.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동력은 역시 숏게임."한국선수로는 두 번째로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한 박인비(25) 이야기다.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청야니의 '109주 천하'를 끝낸 지 불과 4주 만에 2013시즌 첫 메이저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을 앞세워 '넘버 1'에 올라섰다. 지난해 상금랭킹 1위는 물론 베어트로피(최저 평균타수상)까지 2관왕을 차지한데 이어 올해는 2월 혼다LPGA타일랜드에서 일찌감치 시즌 첫 승을 수확하며 가속도를 붙였다. 비결은 바로 숏게임이었다.박인비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현란한 숏게임은 기록상으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드라이브 샷 비거리 부문에서 80위(248.2야드), 페어웨이안착률은 52위(71%)에 불과하다. 아이언 샷의 그린적중률 역시 20위(72%)로 '골프여제'답지 않은 부진한 성적이다. 드라이버와 아이언의 스폰서사인 던롭이 무안할 정도다.하지만 평균타수는 2위(69.792타)다. 막강한 숏게임 때문이다. 그린적중률(GIR) 대비 퍼트 수는 1위(1.698개), 평균 퍼트 수는 4위(28.33개)다. 지난해에는 이 두 부문에서 각각 1.72개와 28.43개를 기록해 아예 모조리 1위를 차지했다. 선수들이 "박인비는 4m가 OK거리"라며 두려워하는 까닭이다. 비밀병기는 '웨지의 명가' 클리브랜드의 588시리즈 투어액션 웨지와 오딧세이 '화이트아이스 세이버투스' 퍼터다. 웨지는 특히 2005년에 출시된 모델이다. 시중에서는 당연히 단종됐다. 프로선수들은 1년에 3, 4회씩 교체할 정도로 쓰임새가 많은 게 웨지다. 김화진 클리브랜드 팀장은 "선수들은 단종된 제품이라도 필요할 때까지 특별제작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구성도 독특하다. 47, 51, 56도다. 이 모델의 경우 출시 당시 54도 이하는 홀수 각도, 그 이상은 짝수 각도로 나왔다. 토우가 높고 페이스에는 전통적인 U자형 그루브를 적용해 살짝 떠서 가볍게 멈추는 이상적인 샷을 가능하게 해 주는 웨지다. 김 팀장은 "무엇보다 연철 단조의 부드러운 터치감은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기술력"이라는 자랑을 곁들였다. 프로 선수들이 보통 50도 이상의 로프트에서 3가지 웨지를 선택하지만 박인비는 피칭웨지급의 47도를 애용한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박인비는 나비스코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5~10m 짜리 중, 장거리 퍼팅을 3개나 집어넣어 추격자들의 의지를 꺾었다. 김지연 캘러웨이 홍보팀장은 "양쪽으로 튀어나온 '검처럼 생긴 송곳니(saber=사브르 검)' 모양 때문에 '화이트아이스 세이버투스'라는 이름이 붙은 일종의 변형된 말렛퍼터"라며 "프로선수들이 일자형 블레이드 퍼터를 선호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했다. 안정감 있는 스트로크와 방향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박인비의 '짠물퍼팅'은 멘탈과도 일치한다. 포커페이스, 조용한 암살자 등 무시무시한 애칭답게 결정적인 순간 빛을 발하는 박인비의 집중력이다. "집중력이 강하면 절반은 이미 성공한 셈"이라는 박인비는 "집중하면 퍼팅라인이 더 잘 보인다"며 "정확한 거리감을 위해 그린스피드를 완벽하게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는 팁까지 공개했다. 1~2개씩 들어가기 시작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박인비의 '클러치퍼팅'이다.
박인비가 경기 도중 퍼팅 라인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손은정 기자 ejs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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